한국 벤처캐피털 1세대인 서갑수(63) 전 한국기술투자(KTIC) 회장이 아들인 서일우(35) 전 KTIC홀딩스 대표 등과 함께 수백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유상범)는 2008, 2009년 해외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에셋매니지먼트의 자금을 끌어들여 계열사인 KTIC글로벌의 주가를 띄운 뒤 순차 매각해 3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서일우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본보 2009년 12월 1일자 8면 참조)
검찰에 따르면 서 전 대표 등은 해외펀드로부터 동원한 305억원 등 모두 470억원을 차명계좌 73개를 통해 지분투자하는 것처럼 가장해 주가를 조작했다. 이 과정에 투자상담사와 부동산시행 브로커, 속칭'선수'로 불리는 주가조작 전문가 등 10명이 가담했고, 그 결과 주당 1,200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최고 3,505원까지 상승했다. 이들은 모두 불구속기소됐다.
서 전 대표는 주가조작 등을 위해 한국기술투자 등 계열사 자금 313억원을 횡령하고 해외펀드 등에 542억원의 채무보증을 해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아버지인 서 전 회장은 이 중 308억원의 횡령ㆍ배임에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 전 대표는 또 사채를 끌어들여 S상선을 인수한 뒤 이 회사에서 2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퍼시픽얼라이언스 국내 법인 관계자들이 KTIC글로벌 이외에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다른 기업들에도 자금을 투입한 사실을 확인, 이들의 주가조작 연루 여부를 추가 조사 중이다.'개미 투자자'들은 해외펀드의 자금 투자를 호재로 받아들여 덩달아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해외펀드 측의 주가조작 공모 사실이 확인되면 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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