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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보기] <27>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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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보기] <27>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범종

입력
2010.03.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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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시대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범하여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운동과 아울러 모 국회의원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불법 반출한 문화재 10만여 점이 아직 반환되지 않고 있으니 조속히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해외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의 나라 문화유산을 약탈해 갔다면 당연히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상대가 국가이기 때문에 자칫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글로벌 시대에 과연 이런 주장만이 올바른 것일까 일말의 의문도 생긴다. 외규장각 도서의 경우 약탈해간 우리문화재를 우리가 영구임대 형식으로 빌려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반환의 효과를 얻겠다는 협상을 한다고 하는데 빼앗긴 자기나라 문화유산을 영구히 빌려다 놓겠다는 발상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은 것 같아 개운하지 않다.

전주에 있는 국립 전주박물관 미술전시실에 들어서면 비교적 큰 고려시대 동종 1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간단한 설명도 있어 이해를 돕는데 이 종은 1999년 일본인 소유자가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기증함으로써 우리나라에 되돌아왔다. 돌아오기 전까지 무려 70여 년을 일본 땅의 이곳 저곳으로 옮겨 보관되다가 조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원래 이 동종은 전북 완주군 소재 어느 사찰에 있었다는데 1926년 조선 제3대 총독인 사이토 타다시(薺藤實)가 일본 큐슈 후쿠오카(九州福岡)의 水城院(수성원)에 보내 1960년대까지 보존되다 수성원이 없어지면서 종의 행방도 모르게 되었다. 그러다 30여 년 후인 지난 1999년 소유자가 우리나라에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후쿠오카현 교육청 문화재보호과에 타진함으로써 극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동종의 소유자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기증의 형식을 취해주고 기증에 따른 번거로운 절차는 생략하되 다만 돌려주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길 희망하며 한국에 돌아가기까지의 모든 수속과 경비는 한국 측에서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어 국립문화재연구소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 경우와 달리 국민적 감정에 편승해서 '약탈해 간 것이니까 무조건 반환해야 한다'는 논리만 앞세우면 자칫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할 소지도 있다. 즉 이 동종의 소유자와 같이 기증을 유도해서 우리나라에 돌아오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해외에 소재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그리고 이들 각 문화유산의 약탈 여부를 확인하고 난 후에 반환과 환수 그리고 구입 등 사안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돌아온 이 고려범종(高麗梵鐘)은 높이 87.4cm로 2001년 보물 제1325호로 지정되었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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