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산업화 과정에서 청산하지 못했던 부패한 요소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프라자호텔 22층 루비룸. 전국경제인연합회 윤리경영위원회 강사로 초청된 이재오(사진) 국민권익위원장의 강의가 시작되자 행사에 참석자 30여명의 얼굴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 이 위원장은 “산업화 시대엔 적당한 부패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1억원 공사를 하면 2,000만원은 공무원, 4,000만원은 도급자에게 가고 나머지 4,000만원으로 공사를 했으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패한 나라는 결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이젠 반부패 청렴이 바로 국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처음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위원장은 강연 모두에 자신이 대학 시절 왜 데모를 하게 됐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는 “한일협정 반대 데모 후 군대에 다녀와 공부만 할 생각으로 복학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그 때 사회가 정의롭지 않으면 개인의 가치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2차 세계대전 후에 같이 출발한 나라들 중 우리나라만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산업화의 원동력은 기업인들과 노동자들의 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권력을 등에 업고 이를 남용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기업이 흥망하는 것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윤리경영위원회에는 나웅배 위원장을 비롯, 최종태 포스코 사장, 정진행 현대ㆍ기아차 부사장, 김상규 STX 사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 주요 기업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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