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건보개혁안 통과 이후/ 美 100년 숙원 풀었지만 '국론 분열' 상처 남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건보개혁안 통과 이후/ 美 100년 숙원 풀었지만 '국론 분열' 상처 남아

입력
2010.03.24 00:02
0 0

건강보험 개혁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봇물처럼 나온다. ‘전국민 의료보험 가입’이라는 100년 숙원을 푼 지도자라는 점에서 미 언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1965년 ‘메디케어’을 도입해 사회보장제도의 한 획을 그었던 린든 존슨 대통령의 업적에 비유하기도 한다. 막강한 로비력을 갖춘 이해집단의 집요한 반대와 이에 편승한 정치권의 당파적 대립 앞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번번이 무너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무엇이 이들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을까.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우선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건보개혁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정권의 정통성과 건보개혁의 완성을 동일선상에 놓고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승부를 자청했다. “퇴로 없는 전쟁” “정치를 볼모로 한 도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1일 하원 표결이 실패했다면 그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을지 모른다. 이는 정치생명을 건 ‘절박함’이 기념비적인 업적을 가능케 한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승부수는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건보개혁을 지휘하기 위해 해외순방을 두 차례나 연기하는 외교적 파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규합하기 위해 일주일 새 90명이 넘는 의원들을 독대하거나 전화통화했다. 표결 전날 밤 늦게까지 바트 스투팩 의원 등 반 낙태의원을 설득해 과반수 확보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지난달에는 백악관에서 여야 공개 끝장토론을 벌여 건보개혁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100여차례가 넘는 타운홀 미팅이나 토론회, 대중연설 등을 통해 미국민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건보개혁 완성이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국론분열을 야기했다는 점 때문이다. 여전히 건보개혁 지지보다 반대하는 여론이 더 많고, 건보개혁에 대한 공화당의 반발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2일 “올해 내에는 어떤 초당적 협력도 없을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론에 관계없이 소신투표의 전통이 뿌리깊은 미 의회에서 단 한명의 공화당 의원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는 것은 오바마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의 리더십을 두고 ‘절반의 소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언론들은 메디케어가 입법됐을 때와 달리 건보개혁이 민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올 중간선거, 길게는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타협과 존중의 장이 돼야 할 의회도 한계를 드러냈다. 물리적으로 표결을 막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 의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가하면, 건보개혁을 선거 승리를 위한 정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극단적인 당파성도 드러냈다. 공화당의 랜디 노거바우어 의원은 스투팩 의원이 건보 지지발언을 하던 중 “영아 살해범”이라고 소리쳐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야외 잔디밭에서 건보법안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서명장면은 TV로 생중계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대선후보로서 처음 건보개혁을 주창했던 아이오와로 가 건보개혁의 당위성을 연설하는 등 다시 건보 정국의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건보법안의 철회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면 대결의 뜻을 공언했다. 짐 디민트 상원의원은 “대통령과 의회가 공모해 헌법을 위반하고 미국민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