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인사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피라미드식 뇌물 상납'의 꼭지점으로 지목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시교육감 출신 인사가 비리 혐의로 처벌되는 것은 1988년 사학재단 비리에 연루됐던 최열곤 교육감 이후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공 전 교육감은 첫 민선 교육감으로 재직하던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측근이었던 김모(60ㆍ구속) 전 교육정책국장과 장모(59ㆍ구속) 전 장학관으로부터 대가성 자금 5,900만원을 상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은 장학사 임용 비리 대가로 김 전 국장이 상납 받은 2,000만원 외 장 전 장학관으로부터도 2009년 3월 2,000만원을 건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 전 교육감은 또 2006년 8월과 2008년 3월 두 차례 교장과 장학관 부정승진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19일 14시간 동안 검찰 조사에서 공 전 교육감은 "대가성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검찰은 돈을 상납했다는 측근들 진술을 근거로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공 전 교육감 비서실 직원이 관리한 2억원대 차명계좌를 확보해 자금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은 22일 심장질환 증상을 호소하며 입원했으나 검찰은 영장 청구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이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구인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법원은 25일 오후 2시 영장실질심사를 벌인다.
검찰은 이날 공 전 교육감의 2억원대 차명계좌를 관리해 온 조모(54) 전 교육감 비서실장과 이모(38) 전 교육감 수행비서를 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조씨는 지난해 2월께 이씨에게 지시해 차명계좌를 만들도록 한 뒤 공 전 교육감이 교원들로부터 받은 뇌물 2억 1,100만원을 이 계좌로 관리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와 이씨는 2009년 3월 공 전 교육감이 장 전 장학관으로부터 받은 2,000만원을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등 지난해 8월 말까지 5개월 가량 수 차례에 걸쳐 공 전 교육감으로부터 돈을 받아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공 전 교육감이 전문직들로부터 받은 뇌물을 조씨에게 주면, 이를 다시 내가 받아 차명계좌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이 당시 재산신고 누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상황이어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경우에 대비해 선거비용 반환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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