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인 구글이 '인터넷 길들이기'에 나선 중국과 전면전을 선포했다. 당초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맞서 중국 사업을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던 구글은 철수 대신 우회 접속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즉, 다른 인터넷 주소를 통해 중국에 계속 검열 없는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맞서겠다는 뜻이다.
구글, 중국 철수는 없다
구글은 2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중국에서 제공하는 구글 검색, 구글 뉴스, 구글 이미지 등 모든 서비스를 자체 검열 없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중국어 검색 서비스는 중국 홈페이지(www.google.cn)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홍콩 홈페이지(google.com.hk)로 연결되는 우회 접속(리다이렉트)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우회 접속이란 다른 홈페이지를 통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구글은 2005년에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정부의 요구대로 검색 결과를 자체 검열해 반정부 또는 반사회적인 내용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바람에 한동안 구글 중국 홈페이지에서는 텐안먼 사태나 파룬궁 관련 정보들이 검색되지 않았다. 그러나 1월12일에 중국 인권운동가들이 사용하는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을 중국 해커들이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더 이상 중국에서 자체 검열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의 선언은 중국 당국의 검열과 감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결정으로, 최악의 경우 중국 사무소 철수도 함께 언급했다.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법률책임자 겸 수석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의 언론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 때문에 중국 서비스 제공을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반체제 인사들은 물론이고 미국 정부까지 나서서 중국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구글 지지 발언을 하면서 구글 사태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져갔다.
반면 중국 정부는 구글이 중국 서비스를 하려면 중국 법을 따르라고 강하게 압박해 왔다. 중국 상무부와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은 "외국 기업들은 반드시 해당 국가의 법을 준수하고 사회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워낙 중국 정부의 입장이 강경해 구글이 결국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中 정부가 차단할 때 마다 우회 경로 제공
하지만 구글은 뜻밖에도 초강경수를 선택했다. 중국 정부의 검열 방침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온당하지 못한 시도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우회 접속이다. 우회 접속은 중국 홈페이지 주소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실제 접속 및 검색 결과는 홍콩 홈페이지에서 일어난다. 중국 법에 저촉받지 않으면서도 중국 검색 서비스는 계속 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구글은 '지속적인 우회접속'을 강조함으로써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드루먼드 부사장은 "중국 정부가 언제든 구글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세세하게 모니터링해서 (차단 시도가 발견되면) 매일 새로운 웹페이지를 열어 구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중국 정부가 검열을 이유로 접속 경로를 차단할 때 마다 계속 우회 경로를 새로 만들어 중국 서비스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드루먼드 부사장은 이로 인해 "홍콩 서버의 접속량이 몰려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구글이 중국과의 싸움을 결정한 것은 상업적 결정 못지 않게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구글의 정신과도 관련이 깊다. 구글에 따르면 이 같은 모토 아래 모든 사항을 결정하며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된다면 수익이 발생해도 따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상업적 결정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구글은 중국 검색 시장에서 29% 점유율로 현지 기업 바이두(60%)에 이어 2위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3억8,400만명으로 미국의 두 배에 이른다. 이를 감안해 구글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 연구소 및 현지 사무소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글의 결정이 중국 서비스를 진행하거나 검토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들에게 자국 법률을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요구할경우 비즈니스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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