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외압설과 관련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에게 전한 김영국(52)씨는 23일 오후 서울 장충동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13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나 '좌파' '운동권' 운운하며 명진 스님의 인사 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만남은 내가 마련하고 끝까지 배석했으며, 명진 스님이 발언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종의 봉은사 직영사찰화 결정으로 종단 집행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명진 스님은 지난 21일 법회에서 "봉은사를 직영화한 데는 안 원내대표가 자승 스님을 만나 '좌파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있는 것은 문제'라고 발언한 것이 작용했다"고 폭로하고, 김씨가 이를 전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승 스님과 안 원내대표의 만남에 대해 "불교문화재 정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불교문화재단 대외협력위원인 내가 한나라당에 요청해 마련된 자리"라며 "자승 스님, 안 원내대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고흥길 의원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런 자리에서 안 원내대표가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스님 중 한 명을 두고 '좌파' '운동권'이라고 얘기해 당혹스러웠다"며 "농담으로 그런 얘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 원내대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동국대 출신으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중앙회장을 지냈고 한나라당에서 16대 대선 불교정책팀장, 부대변인을 거쳐 고흥길, 서석재, 손학규 의원 보좌관을 지냈으며 이후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종책특보로 일했다.
앞서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종단의 인사에 권력이 개입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단 1%의 외압도 없었다"고 종단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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