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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詩語가 뮤지컬 노래로/ 작가 박덕규 첫 뮤지컬 '안녕 아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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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詩語가 뮤지컬 노래로/ 작가 박덕규 첫 뮤지컬 '안녕 아무르'

입력
2010.03.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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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갈비 속/ 기억을 쌓는 창고가 있어/ 그 문을 열면 썩은 곰팡내." 시인과 소설가, 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는 전방위 작가 박덕규(52)의 시 '란강의 추억'이 뮤지컬 노래가 됐다. 그가 대본을 쓴 첫 창작뮤지컬 '안녕, 아무르'에서다.

그의 과거작 일부가 삽입된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서정적인 노랫말이다. 많은 창작뮤지컬이 재기발랄하지만 가벼움을 지울 수 없는 가사를 내놓는 가운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의 맑은 시구는 귀에 쏘옥 파고 든다. 형식은 자유시이지만 운율이 살아있어 랩 등 대중음악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극 전체가 전달하는 메시지도 진지하다. 각자 연인을 찾아 중국의 강 주변을 떠도는 남녀. 오랜 시간 뒤에도 연인을 발견하지 못한 남녀는 허무하게 보낸 과거를 회상하며 눈 앞에 놓인 아무르(불어로 '사랑') 강을 함께 건넌다. 작가는 담담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울고 웃는 장면들을 삽입해 달고도 쓴 인생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하지만 70여분 간의 결코 짧지 않은 극을 끌고 갈만한 흡인력은 떨어진다. 각 에피소드는 재미있지만 그것들을 개연성 있게 엮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연인에게 목매는가'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조차 설명하지 않는 불친절한 전개에 관객은 물음표를 찍다 지친다. 감정 이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음악 또한 큰 인상을 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최소 3억~4억은 든다고 하는 소극장 뮤지컬을 1,500만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낮은 비용으로 제작한 탓에 음향이나 무대, 배우도 상당히 열악하다.

그럼에도 기성 작가의 신선한 외도는 반길 만하다. 작가 박덕규는 "무대를 얻을 기회도 흔치 않기 때문에 대본에 대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시가 얼마나 많은가. 이같은 시도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28일 서울 홍익대 앞 소극장 '예(藝)'. (02)3141-6678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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