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교육비리를 정부와 여권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 까. 모르긴 해도 심기는 참으로 불편할 것이다.
사실 서울시교육청은 '작은 교육부'로 불리는 곳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그렇게 인식돼 왔다.'큰집'격인 교육부가 만든 여러 교육정책을 선두에서 가장 충실히 이행한 곳이다. 인적 교류 양상도 다른 시도교육청과는 사뭇 다르다.'정부가 보낼 테니 무조건 받으라' 식의 일방주의 인사는 서울시교육청엔 예외였다. 부교육감 등 일반 고위직은 물론이고 장학관 등 전문직을 교류할때에도 교육부는 서울시교육감의 의견을 존중했다. 서울교육감이 원하지 않는 공무원은 교육부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게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정부와 여권은 그렇게 서울시교육청에 공을 들였다. 왜 였을까. '수도 교육'이 무너지면 한국의 교육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의 교육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곧 대한민국 미래를 담보하는 길이라는 거창한 전제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당정이 교육감 선거에 쏟는 관심은 유별나다. 알려진대로 교육감은 주민 직선을 통해 뽑지만 정당공천은 배제돼 있다. 굳이 법 조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치권이 간여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바로 교육감 선거다. 정치권의 특정 교육감 후보 간접 지원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같은 규제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가깝게는 지난해 4월 경기도교육감 선거때 야권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어 16명의 시도교육감 중 첫 '진보 교육감' 타이틀을 달게 했다. 2008년 7월엔 여권이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을 지원해 극적인 뒤집기를 한 전례가 있다.
정부와 여권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거듭된 주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선거에서 눈을 떼고 있지 않다. 그중에서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곳의 교육감 자리가 '태풍의 눈'으로 바짝 다가서 있다.
이쯤 되면 당정의 교육감 선거 셈법은 아주 복잡할 것이다. 수도권 지역 교육감을 진보 진영에 넘겨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퍼진지는 꽤 됐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비리의 최종 종착지가 '작은 교육부'의 주인이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으로 굳혀지면서 정부와 여권은 더욱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가다간 서울시교육감은 진보 성향의 후보 몫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어떤 돌파구를 준비해야 할 지는 당정이 더 잘 아는 것 같다. 여권 후보 단일화 만이 최상의 카드임을 인지하고도 남을 법 하다. 전 정권 시절의 대통령 수석비서관 출신과 현직 교육부 장관 차출 얘기까지 나올 정도니, 절박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로 알려진 서울 시내 한 여중 교장을'한국의 미셸 리(미국 워싱턴DC 교육감)'로 부각시켜 야권 후보의 대항마로 키우자는 발상도 나오고 있다.
당정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 작업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단일화 논의 자체가 '그들만의 희망 사항'일 수 있다. 서울 교육을 바꿔보겠다고 저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을 정부와 여당이 태클을 거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비교육적인 발상이다. 보수 성향의 후보가 낙선하면 MB식 교육정책이 당장 어떻게 될 것이라는 예견도 지극히 단편적이다. 유권자인 학부모들에게 교육감의 성향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자녀의 학력을 끌어올리고 인성 교육에 관심을 갖는, 그런 후보를 원할 뿐이다.
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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