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밤 중 시골 마당에 평상을 깔고 누우면 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 촘촘해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울에도 별자리 관찰이 용이한 명당자리가 있다. 최근 서울 공기가 맑아지면서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 관찰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서울시는 23일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아마추어 천문학회의 조언을 구해 별을 쉽게 볼 수 있는 명당 10곳을 선정했다.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고, 가로등 같은 인공 불빛이 적은 학교 운동장이나 아파트 옥상도 '별 볼 일 있는' 장소다. 하지만 운치가 없다는 것이 흠이다. 별을 보며 사색에 잠기고 순수했던 유년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보자.
산이 역시 최고
우면산 자락에 자리잡은 서초동 예술의전당은 서울에서도 공기 맑기로 유명한 곳이다. 야외마당을 산책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하늘을 쳐다보면 하늘은 '별들의 천국'이다. 예술의전당 뒷길로 5~10분 거리인 대성사까지 간다면 하늘 속 별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 역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큰 돌산인 안산에 오르면 하늘의 별뿐만 아니라 서울의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한성과학고 쪽이나 연세대 북문, 봉원사 길을 통해 15~20분 정도 오르면 별천지가 나타난다.
성신여대와 고려대 옆 개운산에 오르면 넓은 운동장이 나타난다. 가로등을 비켜서 하늘을 보면 주위 건물에 방해 받지 않고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 야경이 좋아 사진찍기 명소로 알려진 성동구 응봉산공원도 리스트에 올랐다.
가까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숲과 강변북로를 따라 이동하는 자동차 불빛도 별빛 못지 않은 볼거리다. 이밖에 사직공원 옆길이나 돈암동 아리랑 고개 길을 올라 스카이웨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타나는 팔각정 휴게소도 별을 관찰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곳이다.
한강과 도심공원
송파구 올림픽공원은 규모가 제법 커 산책하면서 여유 있게 별을 보기엔 안성맞춤이다. 쏟아지는 별빛을 속에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기분을 낼 수도 있다. 양천구 신정동 계남공원에 가면 망원경으로 별을 보여주는 아마추어 천체관측 동호회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택가에서 가까워 아이들을 데리고 가볼 만하다.
번잡한 대학로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조명도 세지 않고 소음도 거의 없는 낙산공원이 나타난다. 대학로에서 데이트를 한 후 별빛 아래서 사랑을 고백하며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지.
탁 트인 공간을 원한다면 한강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반포한강공원에 누워 더위도 식히고 별을 세보자. 망원경을 든 아마추어 천문인을 종종 볼 수 있어 잠시 신세를 져도 된다. 반포분수를 쳐다보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수 있다. 해발 100m 높이의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도 명당이다.
하지만 해가 지고 1시간 후 출입이 제한되니 노을공원에서 노을을 보다 근방에서 가장 어두운 난지지구로 옮겨 별을 보는 게 좋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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