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규정한 건강보험개혁안은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뜨거운 위헌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버지니아, 텍사스 등 12개 주정부의 검찰총장들은 연방법원을 상대로 건보개혁법안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건보개혁안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후속 논쟁과 함께, 법정공방이라는 제 2라운드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버지니아주 켄 쿠치넬리 검찰총장은 22일 "건보개혁안은 위헌"이라며 "미의회가 미국 국민들에게 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위헌 논쟁의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연방 수정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연방정부의 권한범위에 관한 것이다. 미 헌법이 연방정부로 하여금 개인들에게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라고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느냐는 것이다. 공화당의 케이 베일리 허치슨 상원 의원(텍사스)은 "민주당과 오마바 행정부는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권한의 행사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건강보험은 헌법정신에 걸맞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맞서고 있다.
두 번째는 헌법 8조의 '커머스 조항'(commerce clauseㆍ상업조항)에 관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 의회가 입법활동을 통해 외국과 주(洲)들간 자유로운 상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화당 측은 지난 100년간 건강보험을 포함한 의료서비스 전반은 물론, 소위 커머스로 분류되는 모든 활동은 민간영역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돼 왔으며, 이에 따라 관련 규제와 조정 등의 권한은 주정부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건보개혁안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오바마 현 정부와 민주당은 "미국 헌법에 연방정부가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문구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 대수당의 의결로 채택된 입법사안에 대해 연방법원이 위헌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하지만 이번 위헌논쟁은 중간선거라는 당리당략 차원을 떠나, 연방정부의 역할과 개인의 자유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선을 긋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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