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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외압설 논란 확산/ 진실게임 넘어 '政敎문제'로 비화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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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외압설 논란 확산/ 진실게임 넘어 '政敎문제'로 비화 일파만파

입력
2010.03.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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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결정으로 불거진 갈등이 진실게임 양상에서 '종교에대한 정치적 외압' 논란으로 증폭되고 있다. 조계종단 내부 문제에서 정교분리의 헌법 조항까지 거론되는 정치문제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불교계 명분싸움에서 '권력개입' 논란화

애초 봉은사 문제는 직영사찰 전환의 당위를 다투는 명분 싸움이었다. "타 종교에 비해 도심 지역 포교 역량이 부족해 서울의 대표적 사찰을 직영사찰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계종단 집행부의 명분과, "깨끗한 운영과 수행으로 모범 사찰로 거듭난 봉은사를 종단이 접수해서는 안 된다"는 봉은사의 명분이 부딪쳤다.

지난 11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봉은사 직영화 전환 안건이 49대 21로 가결되면서 승부는 결판난 듯 보였다. 봉은사의 반발도 결국 '수도권 포교벨트 구축'이라는 보다 큰 명분에 묻힐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명진 스님이 지난 21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판이 변했다. 집권당이 껄끄럽게 여기는 '좌파' 스님이 주지로 있는 사찰과, 총무원 집행부를 통해서 그를 견제하려는 권력의 대결로 프레임이 바뀐 것이다.

그것이 명진 스님의 노림수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 그와 봉은사는 세인들에게 '피해자'로 각인됐고 야당을 원군으로 얻게 됐다. 이제는 명진 스님을 견제하려는 여권의 압력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리고 봉은사의 직영화 전환에 그것이 작용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 됐다.

조계종은 "외압 1%도 없었다"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은 조계종 총무원이다. 23일 이 문제를 해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총무원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외압성 발언이 있었느냐"에 집중됐지만, 원담 스님의 답변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라는 애매한 표현에서 맴돌았다.

원담 스님은 "군사정권 때도 종단의 인사에 권력이 개입할 수는 없었다"며 봉은사 문제에 안 원내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자승 스님과 안 원내대표가 만나 나눈 얘기에 대해서는 "종교 지도자가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 나눈 내용을 건건이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또 "직영화 전환을 논의하면서 봉은사 사부대중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영화 결정은 행정기구인 총무원이 아니라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에서 처리한 것인 만큼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 총무원이 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봉은사 구성원들에게 상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압이 작용했다는 명진 스님의 주장에 대해서는 "외압은 단 1%도 없었다. 있었다면 그것은 종단의 자주권에 관한 문제이며 나부터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거듭 부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외압은 없었다.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봉은사 사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처음에 "봉은사 주지 스님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진행되는 상황은 그의 말의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

만약 그가 명진 스님을 단지 '좌파'라는 이유로 시비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당시 만남의 전후 사정이나 발언 자체의 경중을 떠나, 정권의 이념에 따른 종교압력이자 또다른 종교편향이라는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 김영국씨 일문일답 "좌파·운동권 스님 발언에 당황스러웠다"

­ _ 당시 대화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있나.

"안 원내대표가 부인한다고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내가 명진 스님에게 이 말을 전한 후인 지난해 11월 30일 명진 스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확인했다고 들었다."

_ 당시 자리는 누가 요청해서 만들어졌고, 무슨 말이 오갔나.

"총무원 쪽에서 먼저 요청해 11월 13일 프라자호텔 일식당에서 만났다. 정기국회 때라 불교문화재 등 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전하기 위한 자리였다. 명진 스님이 지난 21일 법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다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

_ 안 원내대표는 명진 스님을 모른다고 했는데.

"그건 내가 직접 알지 못한다. 명진 스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안 원내대표와 여러 차례 만나고 식사도 같이 한 걸로 알고 있다."

_ 총무원은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외압으로 받아들일 만한 정황이 있었나.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대한불교를 대표하는 총무원장 스님을 만나 '좌파 스님'이니 '운동권 스님'이니 말해 당황스러웠다. 그런 얘기를 단지 농담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안 대표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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