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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치자꽃 피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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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치자꽃 피는 계절

입력
2010.03.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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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여름이 가고 있었다.

마을의 경계에는 굵은 치자꽃이 송이송이 매달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끝에선 죽은 매미가 바스락거렸다.

온 마을이 치자꽃 향내에 잠기면

사람들은 탕탕 창을 닫았다.

불길한 소식이었다.

향기가 농익어 문드러지더라도

그것은 오지 않을 터였다.

민소매 아래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여름이 가고 있었다.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꽃송이들이 발치에 쌓이고 있었다.

● 과연! 치자꽃 꽃잎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여름은 가고 있는 게 맞겠네요. 가는 여름에 치자꽃 떨어지는 걸 한번도 보지 못하셨다면 이번 여름을 놓치지 마시기를. 여기까지 썼는데, 갑자기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군요. 민소매 아래는 아니지만 소름은 돋는군요. 그럼 지금은? 지금 변하고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파랗던 하늘의 색깔이 갈색으로 바뀌고 있군요. 또? 산수유나무가 노르스름해졌어요. 산색이 옅어지기 시작했군요. 치자꽃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치자꽃 말고도 지켜봐야 할 게 너무 많군요. 그게 오든, 안 오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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