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 보니 벌써 24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부산에서 문학 친구 몇이 진해에서 국어 선생을 하던 나를 찾아왔다. 문단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우리는 문학에 대해서 기고만장한 20대 후반이었다. 바다 곁에서 도도하게 취한 뒤 배 한 척을 빌려 밤 뱃놀이를 나섰다.
바다로 나가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다보니 해풍에 젖어 술이 확 깨고 말았다. 술이 더 필요해서 불빛이 보이는 섬을 찾아갔다. 그 섬에 사는 노부부에게 정중하게 술과 안주를 청했다. 외딴 섬에서 외롭게 살았는데 오랜만에 '밤손님'이 왔다며 반갑게 됫병 소주와 삶은 '갈매기조개' 한 바가지를 선물로 내놓았다.
다시 뱃놀이는 계속됐다. 시인이었던 한 친구는 새처럼 생긴 갈매기조개에 신기해했다. 바닷속에서 날개를 펴고 날아 다닌다고 갈매기조개라고 하니 자기도 날고 싶다며 벌떡 일어섰다. 친구는 이물에 서서 '시인이여 갈매기처럼 날자'고 고함을 질렀다. 군사 독재가 절정을 이루던 시대였다.
그 후 친구는 전교조 활동으로 투옥되어 병을 얻어 35세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갈매기조개라 부르는 '새조개'를 볼 때마다 친구 생각이 난다. 친구는 분명 푸른 바다와 청청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되었을 것이다. 진해 바다에서 갈매기조개는 사라졌다. 신항만 공사로 바다가 죽어 한 해에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다.
정일근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