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봉은사 직영사찰화에는 자신에게 '좌파 딱지'를 붙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22일 "나를 모른다는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날 방송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안 원내대표와는 연주대 선원장 시절 초파일 행사 때마다 식사를 같이하고 개인적 사담도 함께 나눴다"며 "누가 진실한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 대해서도 "그동안 보여왔던 정치 권력과의 행보를 보면 단순히 안 원내대표뿐 아니라 다른 곳으로부터도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말 명진 스님을 모른다"고 항변했다. 그는 "초파일에 격년으로 절을 10개도 넘게 다닌다"며 "10년 전 일을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고 말했다. 또 "문제를 제기하려면 지난해 11월에 안 하고 지금 왜 이런 일을 끄집어 내느냐"며 "종단 내부 운영권 싸움에 내가 무엇 때문에 개입이 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총무원은 "봉은사 직영사찰화는 적법한 절차로 옳은 일을 하는 만큼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총무원 관계자는 "21일 총무원 대변인 명의로 내놓은 공식 발표에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신임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에게 임명장을 주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 봉은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자승 스님과 안 원내대표의 대화 내용을 명진 스님에게 전했다고 알려진 김영국(전 조계종 총무원장 특보)씨는 이날 교계신문인 불교포커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명진 스님의 이야기는 100% 사실"이라고 말했다.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김씨는 "안 원내대표가 명진 스님을 모른다고 한 얘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총무원과 안 원내대표는 사실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진 스님이 자신의 전언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두 스님과 종단을 위해서 얘기했던 것인데, 이제 와 나를 걸고 넘어져서는 안 된다"고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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