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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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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사를 위한 변명

입력
2010.03.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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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시장이 공교육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학원 교사가 공교육 교사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관점이 등장했다. 10여 년 전 교육부 장관이 교사단체와의 간담회에서 학교 교사가 학원 강사만큼 노력하라고 충고했다가 거센 반발을 불러 장관직을 그만 둔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학교 교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교육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을 직접 학원 강사와 비교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학원 강사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 생각도 적지 않다. 교과 내용을 다룰 수 있는 교사의 능력은 전문성의 범주에 속한다. 정말 학교 교사가 학원 강사에 비해 실력이 뒤떨어진다면, 교사 양성제도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학생ㆍ학부모 요구 이중적

그러나 실상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예컨대 중학교 3학년 수학의 확률을 다루는 수업에서 학교 교사는 교사용 지도안에 기초하여 개념을 가르치는 반면, 학원 강사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확률 공식을 미리 가르친다. 바로 선행학습이 만연된 현재의 교육 상황을 보여준다. 선행 교육과정을 평가 내용으로 다루는 특목고 입시는 이를 강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정규 교육과정에서'교사용 교육과정'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습자 집단의 자연적인 발달 수준과 평균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감안하여 고안된 정교한 프로그램이다.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알면 학습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보아 선행학습을 피하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선행학습 관행은 특수한 것이다.

학교 교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학부모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학부모들은 공교육 체제에서 교사의 특별한 존재이유를 이해하고 있긴 하다. 그래서 학교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곳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기능이 과부하 되고 있는 현대의 추세를 과감히 수정하여, 교사의 역할은 전문적인 지식전달 능력만을 중심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교육학자 기섹케(H. Giesecke)의 주장도 아직은 급진적인 관점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우리 학부모들에게 자녀 교육은 입시 성공이라는 단일의 현실적인 욕구에 따라 설계된다. 학교가 입시교육과 관련이 먼 인성교육을 기획, 운영하면 학부모는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작 학생들의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결국 학부모에게 훌륭한 교사는 자녀의 학업성취도 결과와 최종 입시에서의 성공에 따라 평가된다. 그들에게 학교의 존재이유는 기존의 교육제도에서 가지는 법적인 권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교육정책 담당자들에게 교사에 대한 요구는 당연히 직무수행 점검에 있다. 그래서 외적으로 확인 가능한 각종 성과에 대한 평가에 집착한다. 교육정책 당국은 자기 계발에 나서지 않는 '문제교사'와 나태한 업무 풍토를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거하고자 한다. 여전히 교사단체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교원 평가제도의 도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일단 이해할 수 있다.

교직 전문성ㆍ자존감 높여야

하지만 교사의 직무를 분석해보면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의 무한 선형모형(unilinear model)과 달리 1년 단위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순환형 모델에 가깝다. 이 때문에 교원 평가모형은 일반 업무분석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교직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제고해주어야 한다.

교사가 각종 교수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개선해주고 교사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경직된 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과감히 개혁할 필요가 있다. 교직 업무의 단순한 반복성에 긴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평가가 아니라 전문성을 신장해줌으로써 직무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더 근본적일 수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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