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예약판매에 들어간 김연아 기념주화가 한국은행법으로까지 불똥을 튀겼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18일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한국 국적의 국민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ㆍ유통되는 주화는 한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한은의 승인 없이 김연아 기념주화 같은 것이 등장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회의원들이 법개정까지 들고나오게 된 사연은 이렇다. 현재 국민은행과 수협 등에서 예약판매 중인 김연아 기념주화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화폐'다. 대한체육회와 화동양행 등이 호주 퍼스 조폐국에 제작을 의뢰하고 투발루의 승인을 얻어 들여왔다. 영국령인 호주에서 제작된 탓에 현지법상 뒷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도 들어 있다. 자연히 판매수익 가운데 제조비는 호주가, 화폐발행 수수료는 투발루가 가져가는 구조다.
왜 김연아 주화를 찍기 위해 호주, 투발루까지 가게 된 것일까. 이유는 한은이 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화 발행은 세계적으로 국제대회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재원 마련 같은 공익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국민 영웅인 김연아 선수라 해도, 결국은 민간업체의 수익사업일 수밖에 없는 주화를 중앙은행이 발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한은이 안 하면, 국내에선 주화를 찍어낼 방법이 없다. 기념주화든 뭐든 화폐발행은 한은의 독점적 권한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에서 발행해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의 기념주화도 민간금화상인 화동양행이 각각 노르웨이와 리베리아에서 주조해 수입했다.
의원들의 한은법 개정입법은 기념주화를 외국에서 발행함으로써 다른 나라만 배 불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 하지만 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한은이 유명인 기념주화를 적극 찍어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용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