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조약(CITES) 회의에서 일본과 중국이 각각 자국의 이해가 걸린 참다랑어, 호랑이 규제를 막기 위해 협력해 반대표 몰이에 나섰다고 도쿄(東京)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대서양 참다랑어 금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모으기 위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영향력을 가진 중국에 협력을 요청했고, 반대로 중국은 유럽연합(EU)의 호랑이 규제안에 반대해주도록 일본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18일 모나코 등이 제안한 대서량 참다랑어 금수안은 다수 개발도상국의 반대표를 얻어 큰 표 차로 부결됐다. 반대표가 다수라고 판단한 일본의 조기 투표 의사를 읽기라도 한듯 석유개발 등으로 중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리비아, 수단 등이 조기 비밀 투표를 요구한 결과다.
중국을 궁지에 몰고 간 것은 중국 내 호랑이 목장을 금지토록 하는 EU의 제안이었다. 중국에서는 호랑이 사육장이 전국 각지에 있고 여기서 기르는 호랑이 숫자가 약 5,000마리로 전세계 야생 호랑이 숫자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호랑이의 수출입은 1975년 이미 전면 금지됐지만 EU는 이 같은 중국 내의 호랑이 사육이 호랑이 뼈를 한약재로 활용하는 등의 상업적 거래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일본 대표는 EU안을 “(국제거래를 대상으로 하는)조약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으로 주권 침해”라고 비난하며 역시 “내정 간섭”이라는 중국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결국 EU안은 투표까지 가지도 못했고 실무회의에서 수정된 타협안에는 ‘국내 거래 금지 규제’ 문구가 빠지고 말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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