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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의 '한국실' 설치 좋아만 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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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의 '한국실' 설치 좋아만 할 게 아니다

입력
2010.03.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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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가 이르면 4월 초 경제산업성에'한국실'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2004년 이후 중단된 한일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재개를 위한 조사업무와 함께 한국의 경제ㆍ산업에 대한 전반적 연구를 위해서다. 이런 업무는 동북아시아과에서 맡아왔으나 이번에 한국만 전담하는 별도 조직으로 독립시킨 것이다.

우리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이니 분명 싫지 않은 뉴스다. 그런데 왠지 찜찜하다. 일본이 한국을 연구하고 배우겠다는 뜻을 잘 따져 우리가 그 이상 긴장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행간에 담겨서다.

일본실이 설치되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단계인 EPA 협상이 힘을 얻게 되고 농업과 전자ㆍ자동차 분야의 이해가 엇갈린 양국의 시장개방 노력도 탄력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실을 설치한 더 큰 목적은 경제와 산업 문화 등 주요 분야에서 일본을 앞서가는 한국의 경쟁력 원천을 심층 분석해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2월 이후 부쩍 늘어난 일본 언론과 재계의 '한국 배우기' 주장에 정부가 슬그머니 따라간 셈이다.

1881년 선진문물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신사유람단을 파견했고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경험했으며 선진국 따라잡기로 산업화를 이룬 오랜 세월과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힘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가질 만도 하다. 지난해 말 UAE 원천 입찰에서 일본과 프랑스를 따돌리고, 삼성과 현대차 등 한국기업의 선전과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기업의 침체가 뚜렷이 대비됐으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환호와 눈물이 극명하게 엇갈렸으니 일본정부의 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매사 그렇듯, 찬사 뒤에는 발톱과 가시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정책 실패와 리더십 부재로 위기에 처한 일본 정부와 기업이 혁신과 반전의 계기를 찾기 위해 '한국 경계심'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일본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일본 탈출을 보도한 언론의 태도를 봐도 지나친 엄살이 느껴진다. 한국실 설치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각심이 아니라, 일본에 대한 한국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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