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교원능력개발평가제)가 전면 시행된 지 한달이 되어간다. 3월 새 학기부터 전국의 초ㆍ중ㆍ고 교원들을 대상으로 동료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평가가 실시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눈에 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교원능력 평가에도 신상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함에 따라 일선학교에선 적잖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교사들은 학기초 한달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좌우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첫 시행인만큼 교원평가에 부담을 느끼는 교사들도 많지만 일선 학교의 분위기는 대체로 의욕적이라는 평가다. 가정통신문에는 형식적인 내용 대신 학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정보들이 채워졌고, 교사들은 공개 강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교운영 설명회에 참석하는 학부모의 비율도 높아지는 등 달라진 제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교사들은 교원평가제의 필요성에 수긍하면서도 ‘인기 관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달라진 제도에 학교 현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학부모와 소통 강화하는 교사들
경기 수원의 이모(44)씨는 최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담임교사로부터 장문의 가정통신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교사의 약력과 이름, 전화번호, 경력은 물론 사진까지 첨부돼 있어 입사원서의 자기소개서를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광주 S중 김모 교사는 최근 8장 분량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학급운영 목표는 물론이고 일별, 월별 학사일정과 청소 당번 지정방법, 자리배치 기준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유인물을 받은 학부모 양모(45ㆍ여)씨는 “지각 등에 대한 벌점 기준은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며 “담임교사는 물론 모든 학부모의 연락처, 심지어 학생들의 학업능력 수준까지 포함돼 있어 교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 J중 학부모 김모(44ㆍ여)씨는 “매년 초에 가정통신문을 받아봤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구체적이었다”며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 발전을 위해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의 한 고교 학부모총회에는 학부모 전체의 70%가 참여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바빠진 교사들
인천 A중 교사들은 3월부터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 김모씨는 “교원평가제 시행 이후 교사들이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경기 부천의 B고교 최모(35ㆍ남) 교사는 오전 6시반에 출근한다. 최 교사는 교원평가제에 대비해 지난 겨울방학 동안 학습모형과 학습도구들을 새로 개발했다. 최 교사는 “처음 교사로 발령받았던 8년전의 열정이 되살아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불만도 만만치 않다. “교원평가제 시행 후 수업 진행 부담이 늘었다”는 대체적인 생각이다. 울산 B중의 한 교사는 “평소에도 격무에 시달리는데 최근 들어 평가 준비까지 하느라 오후 9시가 넘어야 퇴근할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공개수업도 교사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학교의 다른 교사는 “연간 4차례 진행할 학부모 공개 수업에 대비해 교사 간에 순번을 정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동영상을 찍을 인원이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교무실 분위기 역동적
교장 등 관리직 교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교원평가제 시행 후 교무실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다.
충북 청주 C초교 교감 신모(48ㆍ여)씨는 “예전 같으면 공개수업을 꺼리던 선생님들이 서로 맡으려 경쟁을 한다”며 “어차피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 미리 하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충북의 D고 교장 김모씨도 “지난해와 달리 교무실 분위기가 상당히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학교의 경영철학을 학부모에게 적극 알리고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학부모총회를 엿새 앞당겨 했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의 한 장학관은 “담임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적극적으로 학급 경영을 홍보하는 등 평가에 대비하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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