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전만 해도 서울시교육청(종로구 신문로) 9층(사진)은 일반인들에게 마치 국가 정보기관 같은 곳이었다.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9층은 교육감과 부교육감실이 자리한 곳이다.
시교육청 청사엔 모두 4대의 중앙 엘리베이터가 운행하고 있으나, 9층은 그대로 통과했다. 아예 9층엔 멈추지 않도록 조작해놓았던 것이다.
9층으로 가려면 비상계단 옆에 설치된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했다. 9층 진입에 '성공'했다고 해서 곧바로 교육감실로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복도와 연결된 거대한 철문 앞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고, 관련 부서의 허가가 떨어져야 겨우 문을 열어줬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하더라도 어차피 철문을 거치지 않으면 교육감실로 갈 수 없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민원인들은 2002년 유인종 전 교육감 시절부터 통제하고 있는 9층을 '철옹성'이라고 꼬집었다. 부교육감 직속인 부조리 신고센터가 교육감실 옆에 마련돼 있었지만 접근 자체가 힘들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9층의 일반인 출입 통제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 관련 이슈들이 생기면 교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교육감실로 몰려와 점거 농성을 하면서 업무를 방해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꽁꽁 걸어잠겼던 9층 교육감실이 17일 드디어 빗장을 풀었다. 9년만에 엘리베이터가 9층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총대는 최근 취임한 이성희 부교육감(교육감 권한대행)이 멨다. 이 부교육감은 4대의 엘리베이터를 모두 9층에 정지할 수 있도록 지시했고, 출입을 체크하던 상주직원도 없앴다.
이 부교육감은 "어떤 의사표시를 하든 교육청을 찾아오는 손님을 숨어서 만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9층을 개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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