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20분께 채플(chapelㆍ예배 수업)이 열린 총신대 제1종합관. 수업이 시작되려면 30분이나 남았지만 대강당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잰 걸음이 이어졌다. 1,400석 규모의 대강당 출입구 네 곳은 채플 과목을 들으려는 학생들의 긴 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들어가 좌석에 앉지 않고 왜 입구에 줄을 서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드는 순간, 출입구에 설치된 단말기가 눈길을 끌었다. 한 학생이 학생증을 단말기에 갖다 대자 ‘?’하는 소리와 함께 ‘찰칵’하는 신호음이 들렸다. 출석 시간과 함께 소형 카메라에 찍힌 수강생 얼굴이 교목(校牧)실 메인 컴퓨터로 전송된다는 것. 쉽게 말해 얼굴까지 알아보는 출석체크인 셈이다.
2000년대 들어 일부 대학에 전자 출석 프로그램이 등장한 이후 시스템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경희대와 연세대 등이 강의실 단말기에 전자학생증을 꽂으면 사진을 포함한 학생 신상정보가 교수 모니터에 전송되는 시스템을 운영한 이후 이제는 수강생 촬영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시스템까지 등장한 것이다. ‘디지털 캠퍼스 시대’가 되면서‘대출’(대리출석)은 ‘7080세대’의 흘러간 추억담이 됐다. 안성훈(29ㆍ영어교육학과 4)씨는 “이번 학기에 복학하면서 처음 봤는데 얼떨떨하다”며 “학생증이 없으면 학번을 입력해도 돼 편리해 진 것 같긴 한데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총신대 교목실 관계자는 “촬영된 사진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지각(◑) 결석(×)까지 자동으로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전체 수강 대상자 1,665명 중 422명이 출석하고 5명이 지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주대도 이번 학기부터 대형 강의를 중심으로 89개 강의실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송영균 경영학부 교수는 “출결 확인 문제로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시스템 도입 후 그런 일이 사라져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 업무부담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김민정(23ㆍe-비즈니스학부 4)씨는 “예전에는 한 명이 여러 사람의 출석을 대신 해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현상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아날로그 세대의 눈엔 어떻게 비칠까. 90년대 초반 학번인 김모(38)씨는 “출결 확인에 굳이 카메라까지 동원해야 하는지 씁쓸하다”며 “사제가 얼굴을 마주보고 이름을 묻고 답하며 쌓는 정이나 훗날 나눌 수업 출결과 관련된 추억담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아주대 관계자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학생과 교류를 원하는 교수들은 일일이 이름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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