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초, 5초, 서랍 여닫는 소리…. 2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현장검증에서 새로운 쟁점들이 등장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의자에 놓고 나왔다는 5만 달러를 챙겨 넣을 시간이 있었느냐를 입증하기 위해 당시 오찬 참석자와 수행원, 경호원의 동선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나온 쟁점들이다.
먼저 13초는 오찬 참석자 중 가장 먼저 현관으로 나온 사람과 맨 나중에 나온 사람의 시간 차이다. 검찰 측 재연에서,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이 가장 먼저 일어났을 경우 오찬장에서 현관까지 걸린 시간은 21초였다.
반면,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이 의자에 놓은 돈 봉투를 챙겨서 서랍에 넣은 뒤 현관까지 따라나갔다고 할 때 걸린 시간은 34초였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그 차이인 13초 안에 한 전 총리가 돈을 챙겼다고 할 수 있다. 물론 13초는 그러기에 충분한 시각이지만, 문제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4명이 거의 동시에 현관으로 나왔다는 강 전 장관의 진술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재연이 맞다면 강 전 장관은 현관에서 13초를 기다렸어야 한다. 곽씨는 "한 전 총리가 좀 늦게 나왔다"면서도 어느 정도 차이인지는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문제는 또 있다. 또 다른 재연에서 오찬이 끝난 뒤 강 전 장관이 오찬장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복도의 소파에서 대기하던 한 전 총리의 수행과장 강모씨가 오찬장 문까지 7m를 오는 데 5초가 걸렸다.
그 5초 이후엔 강 과장 등이 문이 열린 오찬장 안을 지켜보고 있게 된다. 또 문이 열리면 부속실에 있던 경호원들도 오찬장 내부를 볼 수 있다고 변호인 측은 주장한다.
이 경우 한 전 총리가 이들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돈을 챙길 시간은 13초가 아니라 강 과장이 오찬장 입구까지 오는데 걸린 5초 가량이 된다. 5초 사이에 돈을 챙겨 서랍에 넣는 것이 가능하냐가 향후 재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오찬 당시 문이 열린 상태였는지도 공방의 대상이 됐다. 경호원 윤씨는 이날도 법정 증언대로 "오찬 당시 주먹 크기로 문을 열어뒀다"고 진술했다. 이 때 검찰이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경호팀장 최모씨는 "안전상 문을 열어두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갑자기 검찰은 문을 연 뒤 손잡이를 돌렸다. '딸깍'소리가 나지 않았다. 문이 열린 상태였다면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강씨가 오찬장 입구로 오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랍 여닫는 소리는 한 전 총리가 받은 돈을 오찬장의 서랍장 왼쪽 맨 위 서랍에 넣었다는 검찰의 추정으로 인해 쟁점이 됐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문이 열린 상태에서 서랍 여닫는 소리가 문 밖에서 들리는지를 재연했다.
공교롭게도 검찰 재연에선 소리가 들렸고, 변호인 재연에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재판장인 김형두 부장판사는 "서로 다르네"라고 웃으며 지켜봤다. 이에 한 전 총리는 "그 서랍은 쓴 적이 없다"고 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