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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웅진케미칼 구미 필터막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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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웅진케미칼 구미 필터막 공장 가보니

입력
2010.03.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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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북 구미의 웅진케미칼 필터막(멤브레인) 생산 현장. 큰 유리창을 덮고 있던 커튼이 젖혀지자 하얀 빛깔의 긴 천(부직포)이 구렁이 담 넘듯 큰 롤을 타고 넘는다.

수 십 미터는 훨씬 넘어 보이는 거리를 스멀스멀 지나는 동안 기계는 부직포에 폴리머 용액을 입히고 다시 굳게 한 뒤 깨끗하게 씻겨 준다.

'흰 구렁이'는 잠시 후 또 다시 폴리아미드를 입고 또 한 번 씻는 과정을 거치자 멈춘다. 부직포가 필터 막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100마이크로미터(㎛)를 걸러내는 부직포가 500분의 1인 0.2∼0.3㎛를 걸러낼 정도로 치밀해진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 이 관계자는 "요 녀석은 요술쟁이"라고 치켜세웠다.

정수기 물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건 기본. 먹지 못하는 바닷물도 필터 막을 통과하면 먹는 물로 바뀌고, 다 쓰고 내다 버릴 물도 새 생명을 얻는다. 뿐만 아니다. 초정밀 반도체 완성품을 티끌 만한 흠 없이 씻겨주는 '초(超) 순수' 물, 기계가 움직이는 데 필요로 하는 압력을 줄여 전기 사용량을 절약하는 '저압(Low pressure)수' 등 산업용 특수 물까지 만들어 낸다.

필터 막은 걸러낼 수 있는 입자 크기에 따라 역삼투분리막(RO, 0.1∼10㎛), 나노분리막(NF, 0.1∼0.001㎛), 한계초과여과(UF, 0.001㎛ 이하) 등으로 나뉘는데, 중금속을 비롯해 바이러스, 담배연기, 세균박테리아, 먼지까지 거르지 않는 게 없을 정도이다.

웅진케미칼은 1994년 국내에서 처음 역삼투 필터막을 개발한 이래 이 분야에서 국내 대표 기업이다. 현재 현대자동차, LG필립스LCD, 하이닉스, 삼성토탈 등 여러 산업 현장은 물론 독도 경비대, 소말리아에 간 해군 함정에서도 웅진케미칼의 필터로 바닷물을 걸러 마시고 있다.

또 2012년 완공 목표로 부산 기장군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해수담수화 시설에도 이 회사 필터가 들어간다. 이 회사의 필터 막(CSM)은 2003년 정부가 꼽은 '세계 일류 상품'에 올랐다.

세계 시장에서는 미국 다우케미칼, 일본 도레이 등에 이어 세계 3~4위권. RO분야는 세계 2위이다. 세계 수 처리 업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미국, 호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페루 등에 수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회사 안팎으로 주목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회사 전체 매출의 10%(691억원)를 책임지는 핵심 사업으로 컸다"고 말했다.

특히 갈수록 심각해 지는 물 부족 사태에서 필터의 존재는 더 빛 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5년 안에 5개 나라 중 1개 나라는 심각한 물 부족 상태에 빠질 것이며 UN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9억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는 2012년 필터막 시장은 153억 달러(약 17조 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코오롱, 제일모직 등이 필터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한 발 앞선 웅진케미칼은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업 사장은 고부가가치 산업용 필터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공략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짓고 있는 필터 조립공장을 10월 완공하고 북미 판매법인을 통합법인으로 바꿔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또 7월과 11월에 중동과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연다. 중동은 해수담수화 설비가 집중돼 있어 필터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고 동남아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웅진케미컬 필터 테스트 현장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누수와의 전쟁. 탈환 고지 유지 관리"물 한 방울도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겼다.

구미=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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