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는 지인의 전화가 왔다. 증상을 물어 보니 스트레스에 의한 두통으로 보여 일단 안심시켰다. 최근에 생긴 두통이고 증상이 계속되거나 강도가 더 심해지면 진찰과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니 신경과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권했다. 능력이 뛰어나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지만, ‘No’를 못하고 완벽히 일을 해내려는 성격이다 보니 너무 많은 업무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얼마 뒤 다시 전화를 받았을 때, 의사로부터 ‘염려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보직을 맡고 있던 때의 일이다. 복부의 통증이 한 달 가량 지속되었다.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 평소에도 복부의 통증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일단 기간이 한 달을 넘었고 느낌도 달랐다. 덩어리가 배속에 있는 것처럼 묵직하고 더부룩했다. 위 내시경 검사와 복부 초음파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었다. 약도 먹어 보았다. 그래도 불안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컴퓨터단층촬영에 최첨단 PET-MRI검사까지 했다. 검사를 받는 동안 ‘증상이 나타날 정도의 암이라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텐데. 혹시 내게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나.’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말기암환자가 남은 삶 동안 무엇을 할 것이지 적어 하나하나씩 실천하듯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자 불안해지고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조직의 관리자로서 혹은 리더로서 봉사할 준비나 훈련이 안 된 채 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오는 현상으로 나중에야 이해했다.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등산과 달리기도 하고 의학분야가 아닌 교양에 관한 책들도 읽기 시작했으며, 존경하는 분들로부터 멘토도 받고 리더십 교육과 코칭 훈련을 받으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통증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이다. 신체 안팎의 이상을 경고하는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외부의 변화, 즉 위협에 대응하지 못했을 때 위험을 알려 우리 몸에 변화를 촉구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증은 신체 건강만 아니라 감성, 지성, 영성의 건강에 소홀해 균형이 깨지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누적된 불균형으로 몸과 마음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상황에 대한 이상신호이다. 너무 늦어질 경우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조기 경보이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긍정적인 기회로 삼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다.
끊임없이 외부와 내부의 환경 변화 속에서 스스로 생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성적으로 누적된 건강상의 위기를 쇄신해 과거보다 더 건강해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혹시 통증을 느낀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는 동시에 전인적(全人的)인 인간으로서의 불균형에 대해 4차원적인 진단을 한다. 이에 따라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시작한다. 삶에 대한 열정과 인간적 사랑을 되찾고, 내 삶의 비전을 바로 세우고 배우며, 양심을 통해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기기 위한 건강 르네상스를 시작하자. 임시방편의 처방이 아니라 고통을 일으키는 만성적 문제에 대해 근본 해결책을 찾아 실천할 때, 신의 설계이든 진화에 의해서든 우리 몸과 마음에 심어진 통증의 의미가 비로소 살아난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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