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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도 글로벌 경영!] <2> '라면=도시락' 공식 만든 한국야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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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도 글로벌 경영!] <2> '라면=도시락' 공식 만든 한국야쿠르트

입력
2010.03.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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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에는 ‘라면=도시락(코야)’라는 공식이 생겼다. 라면이라는 음식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간식정도로 여기던 몇 년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러시아는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탓에 특별한 조리법도 없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사람들은 처음 접한 음식 맛에 쉽게 길들여진다. 라면 역시 빠른 시간에 러시아내에 안착한 우리나라의 음식중 하나이다.

라면을 러시아에서 버젓한 한끼 음식의 대열에 올려놓는데 한국야쿠르트의 도시락 라면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지난해 러시아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한국야쿠르트 도시락 라면은 3억5,000만개. 하루 평균 100만개 이상 팔리고 있다.

모스크바 남쪽 깔루쥐스카야에는 한국야쿠르트 러시아 법인 코야(Korea Yakult 약자)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달 이 곳을 찾았을 때 러시아 현지직원들을 대상으로 재고 및 매장관리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모스크바 법인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면 판매 직원회의가 열린다.

“아샨 매장 담당자 일어나! 제품을 눕혀서 진열해놓으면 소비자가 일일이 세워서 무슨 맛인지 꺼내봐야 하잖아. 재고 부족은 이해하는데, 진열 문제는 우리 책임이야.”

회의실 안에는 이영준 판매법인장이 러시아 매장담당 직원 20여명과 사진으로 매장 관리 상태를 확인하며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러시아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자, 20년 가까이 러시아에서 생활한 이시몽씨가 차분한 목소리로 동시통역을 했다.

사무실 복도에는 러시아 직원 이름과 판매실적이 성적표처럼 붙어있었다. 실적에 따라 빨간색 스티커가 붙었고, 3개월 연속 판매 실적이 미달이면 아웃(Out)이라고 써있었다.

한국야쿠르트가 이처럼 철저한 실적주의에 따라 직원관리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모스크바주 라멘스코시에 현지 생산공장을 착공한 것은 2002년. 2년후인 2004년 공장이 완공되면서 전국에 영업망을 구축했다. 10년 전 도시락 라면 1개 값이 22루블(약 1,200원)쯤 했는데, 지금도 그때 그 가격에 팔린다. 환율변화로 1개당 900원~1,000원으로 오히려 판매 수익은 떨어진 셈.

그런데 2008년 러시아가 경기위기를 겪으면서 매출이 갑자기 두배로 증가했다. 현지 공장에 1,000명을 고용하고, 판매직원 180명은 일주일에 수십 개 매장을 2번 이상 방문하며 진열위치, 방법, 재고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판매 실적을 평가하게 된 것이다.

이 법인장은 “철저한 직원 관리를 하지 않으면 자칫 공급이 달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제시간에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한치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야쿠르트가 러시아에서 라면을 정식으로 팔기 시작한 것은 1992년. 1990년 한러수교가 체결된 후 부산과 블라디보스톡을 오가는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라면 맛에 매료돼, 몇 박스씩 사다 판매한 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 이후 주문 물량이 늘어나면서 한국야쿠르트가 직접 수출을 시작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과정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러시아인들에게 도시락 라면 맛을 주식인 닭고기부터 새우, 돼지, 쇠고기 등 7가지 맛을 개발해 판매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97년 도시락이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전역으로 공급이 확대됐고, 수도 모스크바까지 점령했다.

위기도 있었다. 한국이 갑자기 IMF사태가 터졌고, 이듬해(1998년)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 함께 진출했던 경쟁사들은 물론 외국계 라면회사들이 모두 모두 철수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러시아 위기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다’는 결론을 짓고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그렇게 러시아 땅에서 라면을 판지 20년. 지금은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흑해연안의 소치는 물론, 핀란드 인근의 무르만스크까지 모든 슈퍼마켓에서 도시락 라면을 맛볼 수 있다.

이영준 법인장은 “러시아 경기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자 경쟁사들이 대거 러시아 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며 “하지만 이미 러시아인의 입맛, 소비 성향 등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 라면시장 1위를 넘어 종합식품상사 1위를 목표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임현주 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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