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전혀 몰랐는데요."
17일 오전 고려대 대학원생 김모(23)씨는 경비실 옆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며 의아해했다. 현재 고려대 정문 앞 중앙광장 주변에는 캠퍼스를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 카메라 3대가 설치돼있다. 어느 누구라도 학교 홈페이지에서 카메라의 회전과 줌 기능 등을 이용하면 중앙광장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 김씨는 "중앙광장에서 친구들이랑 수다도 떨고 술도 마시고 하는데, 누군가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신입생 박모(21)씨는 "학교로부터 저런 게 설치돼 있다고 들어본 적이 없는데 초상권, 사생활 침해 아니냐"고 되물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 대한 인권 침해요소가 있어 원래 8배인 줌 기능을 2배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8배 줌이면 모니터상에서 길이 1㎝인 사물이 8㎝로 늘어나 보인다는 얘기다.
최근 폐쇄회로(CC)TV, 네트워크 카메라, 웹캠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이용한 인터넷 홍보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해수욕장이나 스키장 학원 음식점 등이 홍보를 위해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이를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촬영사실을 고지하고 있지 않아 시설 이용자들은 자신이 카메라에 찍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촬영된 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자동차 학원은 건물 안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만 하면 휴게실 사무실 등을 여과 없이 볼 수 있고, 카메라가 가까이 있어 사람들의 얼굴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컴퓨터기기 판매업체도 인터넷으로 매장 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키장이나 해수욕장 등 관광지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다. 충남 대천해수욕장은 주변에 3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해변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수욕장과 스키장 등은 현재 30곳이 넘는다.
문제는 이런 인터넷 홍보가 점차 일반화하면서 사생활 침해 여지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 설치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실시간 영상을 통한 인터넷 홍보가 하나의 추세"라며 "약 40만원이면 카메라 한 대 정도를 쉽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업체)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각 업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펜션 카페 민박 여행업체 동물병원 예식장 등 사업장을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싶은 분''생활현장 숙박 판매시설 등에 대한 홍보영상을 온라인 시청자에게 인터넷 생중계하고 싶은 분'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규제할 마땅한 규정이나 법 조항은 없는 게 현실이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만을 규제할 뿐 민간 업체는 그 대상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CCTV 등의 설치목적과 설치지역을 표시해야 할 뿐 아니라 책임자를 지정해야 하고, 정보저장 기간을 정해 영상이 외부로 유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정보보호원이 2007년 11월 발간한 에는 개인이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할 때는 이를 사람들이 알도록 설치지역에 안내판을 만들고 녹음기능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돼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 이를 준수하는 이는 드물다. 업체 관계자는 "100만원 정도만 주면 녹음기능이 달린 카메라도 설치할 수 있다"며 "이를 가게에서 사용하는데 있어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찍히는 사람의 동의 없이 영상을 찍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등 명백히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사안"이라며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고, 자신이 어디를 오고 가는지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만큼 규제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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