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개인전 '풍경을 거닐다'를 열고 있는 화가 남경민(41)씨는 렘브란트, 피카소, 반 고흐, 세잔 등 자신이 동경하는 서양 미술 거장들의 방을 그린다.
실제로 그들이 살고 작업했던 공간을 찾아가 사진에 담아오기도 하지만, 그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대신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몽환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책이나 거울에 비친 그림 등을 통해 공간의 주인공을 슬쩍 알려준다.
그는 렘브란트가 작업 틈틈이 휴식을 취했던 붙박이 침대 그림을 통해 "렘브란트가 숨쉬던 시대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는 마음을, 또 나선형 계단이 있는 붉은색 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남자의 뒷모습 그림에는 "피카소의 열정적인 작업 풍경을 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두 그림에는 모두 나비가 화면 가득 날고 있다. 바로 남씨와 거장들을 연결해주는 매개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구도를 빌린 '화가들의 향연'은 그의 이런 작품 의도를 집약한 그림이다. 그림 속에 놓인 12개의 빈 의자는 얀 반 에이크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남씨가 영감을 받은 화가 11명, 그리고 남씨의 것이다. 식탁 위에는 회화의 순수성을 뜻하는 백합, 삶과 죽음을 말하는 해골 등 각종 알레고리가 가득하다. 4월 4일까지. (02)519-0800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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