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9일 사퇴했지만 그의 발언의 파장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이 말한 '큰집' '밑그림' 등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제부터 발언에 대한 검증을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김우룡 이사장 체제의 8기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해 8월 출발부터 'MBC 장악' 논란을 몰고 왔다. 김 이사장은 지난 1월 MBC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해 법원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 판결한 직후 "현 MBC 경영진에 대한 방문진의 평가는 PD수첩 판결과는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BC가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법원이 허위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엉뚱하다"며 엄기영 당시 MBC 사장에게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수 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전 사장은 이후 이사진 인사 문제 등으로 계속 김 이사장과 부딪치다 사퇴했다. 김 이사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엄 사장이) 안 나가면 해임하려고 했다"며 김재철 사장을 선임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 잘 듣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더구나 김 사장 선임 이후 MBC 인사에 대해, 김 사장은 MBC 내의 '좌파' 청소를 위한 '청소부'였으며 '큰집'에 불려가 '쪼인트 까고 매 맞고' 한 뒤 정리했다고 말해 다른 권력기관이 인사의 배후에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회에서 자신의 발언을 "수술을 받고 인터뷰 당시 약도 먹어서 정신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저급한 표현은 차치하더라도 발언 내용이 최근 MBC의 흐름을 매우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 설득력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장 혼란에 빠진 건 MBC다. 김재철 사장은 이날 "참으로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며 "공영방송 MBC의 위상이 이렇게 추락하고 사장과 구성원의 자존심이 이처럼 짓밟히고 매도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김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언론, 국회 등이 나서서 진의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김 이사장은 자신이 말한 것에 대해 낱낱이 진실을 밝히고 청와대의 누가 언제 김재철 사장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털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MBC 사장의 '쪼인트를 깐 큰집의 핵심 관계자'가 누구인지, 공영방송 사장을 몰아내고 소위 '청소부' 사장을 임명한 과정은 어떠했는지 등 MBC 장악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문화진흥회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 현재 MBC의 주식 70%를 보유한 대주주로 MBC 사장과 이사 등에 대한 임명권과 해임권 등을 갖는다. 이사장은 이사 9명 중 호선으로 결정한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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