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해외공장의 생산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올해 임금ㆍ단체협상안으로 확정했다. 노조지부들이 이 안을 받아들이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려는 국내 자동차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ㆍ기아차 노조지부는 다음달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어 상급노조인 금속노조의 요구안을 올해 교섭안에 반영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국내외 생산비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만큼, 채택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조 측의 판단이다.
조합원들의 우려는 이해가 간다. 지난해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 309만대 중 해외공장 생산분은 48.1%(149만대)였고, 올해는 50.8%까지 늘어나 국내외 생산비중이 처음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해외에 일감을 계속 빼앗길 경우 고용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무리한 해외공장 확충에 나섰다가 품질 문제로 곤경에 처한 점도 노조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다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외생산 확대 전략을 막을 명분도 없다.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해외공장의 생산비율을 계속 늘리고 있다. 생산비 절감과 현지 영업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국내공장에서 차를 만들 경우 가격 및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외생산량을 제한한다고 해서 국내공장 일감이 늘어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생존을 위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향후 연간 5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하는 업체는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게 전문기관의 분석이다. 국내외 생산시설의 탄력적인 운영은 불가피하다. 노조는 비현실적인 교섭안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생산성 향상과 양보를 통해 고용 불안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도 투자 관련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하고 토지 비용을 낮춰 외국기업의 국내 유치와 함께 국내 기업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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