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을 딛고 정신력과 오기로 일궈 낸 '은빛 쾌거'였다.
21일(한국시간) 밴쿠버 패럴림픽 센터. 밴쿠버동계장애인올림픽 휠체어컬링 결승이 열린 이곳에 낯선 팀이 최강 캐나다의 파트너로 나섰다. 불과 7년 전 컬링을 처음 접한 한국대표팀(김학성, 김명진, 조양현, 박길우, 강미숙)이었다. 종주국 캐나다로서는 '이겨도 본전'인 상황이었다. 한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끈질기게 따라붙은 끝에 7-8로 석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동계패럴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전세계에 한국 컬링의 매운 맛을 보여준 멋진 한판이었다. 이번 은메달은 한국대표팀의 역대 동계패럴림픽 두 번째 메달. 2002년 한상민이 일군 알파인 좌식스키 대회전 은메달이 이전까지 유일한 메달이었다. 컬링대표팀의 은메달은 동계 단체전 첫 메달이기도 하다.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 그 중에서도 휠체어컬링은 2003년 말에야 국내에 도입된 낯선 종목이다. 현재 전국에 전용 컬링장은 태릉선수촌과 경북 의성 두 곳뿐. 대표팀은 지난달 21일 밴쿠버에 입성하기 직전까지 경기 이천의 장애인종합훈련원 수영장에서 훈련했다. 수영장 물을 얼려 그 위에서 호흡을 맞춘 것. 훈련 후 방에 들어가서는 얼음이 있는 것처럼 시뮬레이션으로 훈련하며 메달을 머리 속에 그렸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대표팀이 믿는 구석은 자신감 하나였다. 대표팀은 2004년 처음 국제대회에 나선 뒤 2006년에는 세계랭킹 8위, 2008년 스위스세계선수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한껏 키웠다.
김우택 대표팀 감독은 "장애를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메달을 딴 것을 축하한다"면서 "우리 친구들이 그들의 날을 만들어 준 데 대해 정말로 고맙다"고 말했다. 치과의사이기도 한 김 감독은 2003년 말 휠체어컬링 클럽이 처음 창단할 때부터 '원주 드림' 감독과 대표팀 사령탑을 겸하고 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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