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지음, 창비 발행ㆍ256쪽ㆍ9,000원)
중견 소설가 최인석(57)씨가 7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1988년 영화 '칠수와 만수' 시나리오로 대종상 각색상을, 1995년 소설집 <내 영혼의 우물> 로 대산문학상을 받은 그가 처음 쓴 청소년 소설이다. 내>
소설은 친구 엄마를 흠모하게 된 남자 고교생 성준과 자기 반 여학생과 사랑에 빠진 교사 봉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청소년 문학에서 흔치않은 파격적 설정이지만, 또래 간의 가슴 시린 첫사랑이나 리얼리즘의 외피를 두르고 극한 방황으로 몰고 가는 숱한 성장소설보다 차라리 사실적이다.
작가는 "(중고등학교 시절) 왜 나는, 왜 어른들은, 왜 이 세계는… 하는 의문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충혈된 눈으로 가면, 막상 나의 의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답해 주지 않은 채 온갖 쓸데없는 규율을 강제하는 학교는 감옥 같았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그는 "지금도 답을 찾는 중"이라며 "답을 대신하여 이 책이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청소년 문학은 마치 그 세대의 특성처럼 기성 문학과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청소년기의 성적 호기심과 탈규범의 욕망이 오롯이 녹아든 영락없는 청소년물이다. 10대 독자라면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위험한 사랑을 갈망하는 성준의 내면, 기성세대를 조롱하고 풍자한 대목에서 금기를 깨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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