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의 '시대공감 열린무대 2010'의 대미를 장식할 소리꾼 이영태(44)씨의 '우리 시대의 적벽가'는 한국적 모노드라마의 끝을 보여준다. "가사 바꾸고 신나게 가는 김에 영상도 합쳐, 1인극 개념으로 '맞짱 뜨자'는 거죠." 그는 적벽대전 등을 소재로 한 동양적 애니메이션도 펼친다. "판소리도 관객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믿어요. 영상 작업은 젊은이들을 위한 배려예요." 흥이 오르면 객석을 두 패로 갈라 자신이 선창하는 소리로 '배틀(battle)'도 유도할 생각이다.
1996년 4시간 반짜리 완판 창극 '흥보가'의 흥보 역에서부터 지난해 12월 만정제 흥보가 완창 무대 등에서 고수와 나눈 재담은 그의 특유의 순발력 덕이다. 그 맛을 잊지 못하는 팬들은 이번 무대에서 벌써 티켓을 거덜냈다.
국악도 변해야 한다는 믿음이 구체화한 데는 국군방송의 국악 프로그램을 2년 반 동안 진행한 경험이 가장 컸다. "한문 가사를 요즘 말로 쉽게 풀었고, 휘모리 중중모리 등 빠르고 다양한 템포를 많이 사용했어요." 고2 때 목포시민회관에서 접한 고 박동진 명창의 무대를 계기로, 필생의 길은 그를 낚아챘다.
판소리가 가요 '흥보가 기가 막혀'나 모 제약회사 CF 등 판소리를 소재로 한 최근의 작품들은 모두 이씨의 도움을 거쳐 나왔다. IMF사태 직후, 국민에게 힘을 주기 위해 판소리 '오공씨 불황탈출기'를 만들고 부르기도 했다. 추계예대 문화예술행정경영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보통 완창에 3시간여 걸리는 '적벽가'의 이번 공연 시간은 1시간 40분이다. 26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 (02)580-3394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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