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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러시아 행보에 美 당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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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러시아 행보에 美 당혹감

입력
2010.03.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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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관계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새로운 핵감축안 협정 체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편에서는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이란에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가동 강행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만료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협정을 논의코자 러시아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교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협정의 최종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러 양국은 각각 2,000여개, 3,000여개씩 보유한 전략적 핵무기의 수를 1,500에서 1,675개 사이로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천명한 '핵 없는 세상' 구상에 러시아가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워싱턴의 기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이란 핵시설 가동 발언으로 한 순간 무너졌다. 푸틴 총리는 같은 날 한 원자력 관련 회의에 참석 "러시아 지원으로 건설되는 이란의 부셰르 원자력발전소를 올 여름에는 반드시 가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핵개발 제재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언급이다. 러시아는 1990년대 이란 남부 부셰르에 원전을 건설했으나 기술적인 사정 등을 이유로 가동을 미뤄온 상태다.

러시아가 이처럼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애초부터 미국을 지지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셸 플로노이 미 국방부 차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최근 국방 독트린을 살펴보면 미국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핵개발에 따른 추가 제재에도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미국은 러시아가 이란 제재강화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의 지지까지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모스크바국제관계연구소의 이반 사프란추크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란 제재를 승인하거나, 제재가 실패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을 암묵적으로 눈감아 주라는 서방 세계의 압박에 대해 러시아가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결국 푸틴은 서방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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