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확인한 바로는
내소사, 선운사, 동불암 스님들은 먹고살 만하다
그 먹음직한 똘감을 하나도 먹지 않고 놔두다니
그곳 스님들은 배가 충분히 부르거나
대단히 게으르다
왜 저 맛있는 똘감을 따지 않죠?
저건 새들의 밥이에요
스님들은 둘러대기도 잘한다
보이는 것만 따먹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도 따먹어야죠
배부른 까치들도 깔깔거린다
까치들이 단단해진 배로 범종을 치니
여기는 채석강, 여기는 적벽강, 여기는 법성포
조개들이 일제히 입을 벌려 짹짹거린다
갈매기가 미사일처럼 날아들 때
●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날,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서 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줬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와, 다들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려니까 또 법정 스님의 책값이 물경 15만원에도 이른다는 뉴스도 나오더군요. 놀라서 입을 벌린 김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그렇지. 우리는 잘 안 될 거예요. 지난주에 차창룡 시인이 출가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잘 아시겠지만, 재미있는 말을 참 잘하고 잘 웃던 선배라 제가 좋아했지요. 와, 대단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런저런 사소한 감정에 얽매여 사는 저를 보면 또 한심. 근데 한심할 때마다 웬일인지 저는 웃음이 나옵니다. 그래서 또 한참 웃었어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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