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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대기업 '승자 독식' 막아야

입력
2010.03.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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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MB노믹스 고용 정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줄곧 펴왔다. 하지만 대기업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월 고용동향을 봐도 실업자는 두 달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10년 만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취업준비생과 구직 단념자 등을 합친 사실상 백수가 5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다.

정부는 대기업에 아무리 '당근'을 줘도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올 들어서는 중소기업 지원책 위주의 고용 대책을 새로 선보였다. 중소기업이 전년보다 상시근로자를 늘렸을 경우 증가인원 1인당 300만원씩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게 골자다. 고용을 한 명 늘리는 데 최소 2,000만원의 인건비가 드는 현실에서 300만원의 유인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학력 청년층이 양산되고 있는 반면,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2%로, 선진국의 두 배 수준이다. 이들의 취업 눈높이는 대기업에 맞춰져 있다. 실제 대학생 10명 중 7명이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고 있다.

대학생 취업 눈높이가 문제?

이명박 대통령이 젊은이들의 직업관을 문제 삼은 것도 이런 현실 인식의 반영일 것이다. "기대 수준에 맞지 않는 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큰 기업만 가려 하다 보니, 사람을 구하는 기업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으로 진로를 정하면 취업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중소기업을 택하느니 차라리 '이태백'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그간 들인 비용과 시간에 비해 턱없이 적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이다. 요즘 취업이 힘들다 보니 학부를 마치는 데 5~6년은 기본이고, 여기에 해외 어학연수와 대학원, 인턴 등 스펙 쌓기가 장난이 아니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기대하는 연봉 수준을 충족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극소수라는 점이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저임금을 감수하겠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연명하는 수준이니 선뜻 지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대기업이 하는 사업은 주로 자본ㆍ기술 집약적이어서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청년실업을 해결하려면 고용의 88%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대기업과의 임금 및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은 갈수록 영세해지고 있다. 대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려 두둑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지만, 중소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나 기술 개발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중소기업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벤처신화의 대명사인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이익을 빼앗아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근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은 최근 4년 새 5% 남짓 줄어든 반면, 부품을 납품하는 17개 협력업체는 22%나 급감했다. 전자 조선 등 다른 산업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힘없는 중소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발광다이오드(LED)와 같이 중소기업이 힘든 여건 속에서 키워놓은 신수종 사업을 날름 가로채는 경우도 허다하다.

약탈적 거래 일삼는 대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도 필요하지만,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더 중요하다. 그래야만 중소기업이 하도급 거래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청년실업 해소는 요원하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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