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스튜어트 지음ㆍ안재권 안기연 옮김/승산 발행ㆍ424쪽ㆍ2만원
제목만 봐선 미학이나 철학 책 같지만, 수학자들의 방정식 정복 과정을 추적한 수학 책이다.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라는 제목은, 질문이라기보다 방정식으로 표현되는 대수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감탄에 가깝다.
부제는 '대칭의 역사'다. 방정식을 풀다가 대칭의 개념을 발견한 수학자들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서 온갖 난관과 복병을 물리치고 계속 나아가다 보니 어떤 놀라운 신세계를 열게 되었는지 밝히는 책이다. 예컨대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 양자물리와 상대성이론의 핵심은 대칭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이며, 수학은 이 대칭을 표현하는 우아하고 효율적인 언어다.
지은이 이언 스튜어트(영국 브릭대 교수)는 영국왕립학회가 과학 대중화에 이바지한 과학자에게 주는 패러데이 상을 받은 수학자다. 수학 그림자만 봐도 멀리 도망치고 싶은 사람도 이 책에는 끌릴 것 같다. 그만큼 쉽게 썼고 흥미롭다.
종종 방정식이 나오고, 4원수ㆍ8원수ㆍ군(群)이론 등 수학 전공자가 아니면 들어본 적도 없을 개념이 등장하지만, 그것 때문에 읽다가 막히지는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수학자들의 삶과 일화는 양념이다. 도박, 사기, 결투, 음모 등 수학자들의 다양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대칭 하면 흔히 나비 날개처럼 반으로 접으면 완전히 겹치는 어떤 모양을 떠올린다. 그래서 수학에서 대칭 개념은 기하학에서 나왔을 것 같지만, 아니다. 대칭은 대수학이 방정식을 풀다가 발견한 개념이다.
이 책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나부 샤마시부터 2001년 8원수 이론을 발표한 미국의 존 바에즈까지 대칭성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수학자들의 방정식 풀이 과정을 따라간다. 그중 중요한 전환점을 차지하는 수학자는 에바리스트 갈루아(1811~1832)다. 5차방정식은 왜 대수적 공식으로 풀 수 없는지 연구하다가 대칭을 발견한 사람이 바로 갈루아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군론'(Group Thoery)이라는 수학의 새 영역을 열었다. 갈루아는 21세로 요절했지만, 군론은 수학의 모든 분야에 침투했고, 현대물리학에서 우주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이 책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수학자들의 열정이다. 5차방정식을 놓고 고군분투했던 수학자들이 던졌던 '쓸데 없는' 질문과 '쓸데 없는' 노력이 특히 그러하다. 5차방정식은 근호만 써서 풀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500쪽이 넘게 계산을 하다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더군다나 그 증명은 나중에 오류임이 드러났다.
이렇게 허망할 수가 있나. 그래도 수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근호로 풀리는 5차방정식도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왜 어떤 것은 풀리고 어떤 것은 안 풀리는지 규명했다. 그 과정에서 갈루아의 군론이 태어났고 '대칭'이라는 눈부신 개념이 불꽃처럼 솟아올랐다. 일상적 효용성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질문들이 인류의 지적 발전에 위대한 성취를 이끌어낸 것이다.
영국 낭만주의 시인 키츠는 "아름다움은 진리이며 진리는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수학자들은 방정식이라는 시에서 아름다움과 진리를 발견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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