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현재, 국내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 상을 받거나 주요 승부처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게 행복의 요인이라면 단연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건설 사령탑에 오른 지 갓 1년밖에 안됐지만, 그는 지난해 연말 이후 모교에서 주는 영예로운 동문상을 잇따라 수상하고, 최근에는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직책까지 맡게 됐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김 사장(고려대 건축공학과)은 지난해말 고려대 경제인회로부터 '2009년도 경제인 대상'에 선정된 데 이어, 비슷한 시기 이 학교 공대로부터도 '2009 자랑스런 공학인'상을 받았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주택협회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다.
회사 일도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술술 풀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성공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국내 주요 업체가 건곤일척의 대결을 펼친 '신울진 원전 1ㆍ2호기 사업'도 따냈다.
지표로 드러난 취임 1년 성적표도 A학점 감이다. 지난해 매출은 2008년 대비 27.6% 증가한 9조2,786억원을 달성했고, 순이익도 전년 대비 22% 증가한 4,558억원을 기록했다.
잘되는 기업은 뭘 해도 대박이 터지 듯이 소속 배구단의 성적도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 '힐스테이트 배구단'은 지난해에는 리그 5개팀 가운데 4위에 머물렀으나, 김 사장의 취임 1주년이기도 한 18일 막을 내린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김 사장 개인의 영예와 개선된 회사 실적이 우연이나 행운인 것 같지만, 업계에서는 2009년 한해 동안 이뤄진 '내실 다지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김 사장은 취임 직후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에 퍼진 주요 사업장을 일일이 방문, 장부상에 드러나지 않은 비용요인을 원가에 반영할 것을 독려했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김 사장 지시로 지난해 4분기에는 원가율 상승으로 장부상의 수치가 다소 낮아졌으나, 오히려 이로 인해 시장에서의 신뢰는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취임 1년 동안 성과를 거둔 만큼 경영의 고삐를 늦출 수도 있으련만, 김 사장은 가시화하지도 않은 위기를 상정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비전 2015'를 선언했는데, 2015년까지 매출 23조원, 수주 54조원, 영업이익률 9.5%를 달성해 '글로벌 톱20'에 진입한다는 것이 핵심 청사진이다.
김 사장은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고 현장경영을 확대, 앞으로도 변화와 혁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