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래창조 新성장시대 열어라] <2부> 눈앞의 현실이 된 미래사회 3. 영상혁명 3D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래창조 新성장시대 열어라] <2부> 눈앞의 현실이 된 미래사회 3. 영상혁명 3D

입력
2010.03.22 00:06
0 0

"2차원(2D)에서 3차원(3D)으로 이어지는 연착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3D 콘텐츠가 풍부해야 하죠. (3D 영상 재생이 가능한) TV를 만들어 봐야, 보여줄 콘텐츠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잖아요. 소프트웨어가 없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과 같은 거죠.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3D용 콘텐츠까지 직접 제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이 없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박세웅(45ㆍ집적회로 담당)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DMC) 부문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수석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1998년 3D를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정했을 당시의 막막함을 이렇게 회고했다. 3D TV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3D 콘텐츠였던 것. 그리고 그 해답을 찾는 데는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D 콘텐츠, 3D로 전환하는 컨버팅 기술로 승부수

"저희 회사에는 특정 주제가 정해질 경우, 그 주제와 관계된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이틀이든 사흘이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밤샘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는 '와글와글 미팅'이란 게 있어요. 몇 개월씩 집에도 못 가고 '와글와글 미팅'을 이어갔죠." 배영재(41) 삼성전자 DMC 부문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하드웨어 담당) 수석 연구원의 입가엔 묘한 미소가 번져갔다. 수 많은 '와글와글 미팅' 끝에 드디어 돌파구를 찾아냈다. 바로 2D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것. 2D로 제작된 기존 프로그램들을 3D 영상으로 자동 전환시켜주는 '컨버팅' 기술을 개발, 하드웨어(TV)에 내장 시키기로 한 것이다. 3D 콘텐츠 부족과 3D TV의 100% 활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다.

이어 박 수석을 중심으로 한 집적회로 전담팀이 연구에 착수했고 2D 영상 포커스 정도에 따라 각 물체의 원근감을 분석, 깊이 조절로 3D 효과를 생성해 내는 전용 칩셋을 개발하며 2008년 '컨버팅' 기술을 완성(2008년) 시키는 데 성공한다. 삼성전자만의 독자 기술이다.

프론티어 정신으로 하드웨어 개발 성공

콘텐츠 문제의 실마리는 풀었지만, 3D 콘텐츠 영상을 부드럽게 구현해 줄 하드웨어(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도 난제였다. 모두 처음하는 일이다 보니 부품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기존의 120㎐(1초에 120장의 화면이 지나가는 속도) 초고화질(풀HD)급 액정화면(LCD) 패널로는 선명한 화질의 3D 콘텐츠를 내보내기엔 기본적인 한계가 있거든요. 적어도 240㎐ 풀HD급 패널이 필요했지만 만드는 곳이 없었어요. 할 수 없이 120㎐ 풀HD급에 사용됐던 부품을 2개씩 이어 붙여 가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했죠." 3D TV용 디스플레이 개발 주역인 김대식(45)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센터 수석 연구원은 지난 시간 동안 동료들과 함께 힘겹게 헤쳐왔던 일화들을 또렷하게 되살렸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삼성전자 DMC 부문 영상사업부 소속 연구원들의 열정과 오기는 마침내 지난해 10월 3D 기술을 적용한 240㎐ 풀HD급 LCD 패널을 만들어 냈다. 마지막 관문은 바로 3D 전용 안경. 삼성전자는 입체감과 해상도가 뛰어난 '셔터 방식'을 채용, 지난달 기존 제품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무게 30g의 프리미엄급 3D 전용 안경을 내 놓았다. 3D TV 시대를 위한 3대 문제를 모두 해결한 것이다. 프론티어 정신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3D TV 미래 시장 선점

오랜 산고 끝에 나온 삼성전자의 3D TV는 올해 초 미국에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로 열린 'CES 2010' 행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가졌다. 예상대로 극찬은 쏟아지고 있다. 지난 달 미국에서 열린 3D TV 런칭 행사에 참석한 영화 <아바타> 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오늘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며 연신 탄성을 자아냈고, 영국의 권위 있는 AV 전문지는 삼성 3D TV에 최고 점수인 별 다섯 개를 부여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요즘 전 세계 전자 유통업체로부터 3D TV 제품 주문과 관련된 '러브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상태다.

시장 전망도 청신호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7억7,8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3D TV 시장 규모는 2013년 62억2,300만달러에 이른 다음, 2015년 121억800만달러, 2017년엔 154억2,300만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을 향한 이들의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순간입니다. '넘버1' 자리를 아무나 계속해서 유지할 순 없잖아요. 끊임없는 변신과 차별화만이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박ㆍ배ㆍ김 수석 연구원)

■ 3D입체영상의 원리는

영화 '아바타'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3D 입체 영상의 원리는 무엇일까.

정답은 보통 사람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약 6.4㎝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신체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서 보이는 영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의 뇌는 두 개의 영상을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며 사물의 거리와 입체감을 인지한다.

이에 따라 3D 영상은 하나의 사물을 보여주기 위해 두 가지 영상을 차례로 제공, 입체감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쓴다. 즉 하나의 영상은 왼쪽 눈이 인식하는 영상을, 또 다른 영상은 오른쪽 눈이 인지하는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원근감을 느끼게 하는 것. 3D용 영화 촬영시 2개의 카메라 렌즈가 같은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고화질로 촬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3D 영상이 2D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이미지를 포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때 2개의 렌즈 간격이 너무 좁거나 넓어서도 안 되고, 촬영 각도가 사람의 눈 높이와 크게 달라질 경우엔 어지러움증이 발생하면서 제대로 된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없다. 3D TV는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 좌측 영상은 왼쪽 눈으로 보내고 우측 영상은 오른쪽 눈으로 전달하는 동영상 구현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3D TV 영상을 보기 위해선 아직까지 특수 제작된 안경이 필요하다. 액티브 셔터 방식의 안경과 패시브 편광 안경이 있는데, 액티브 셔터 방식이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관건은 안경의 착용감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3D TV 전용 안경을 대구보건대 안경디자인 학과와 함께 만든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코 받침 디자인과 안경 다리의 압력 및 무게를 축소시켜 기존 제품에 비해 60% 가량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프리미엄급 3D 전용 안경을 두 종류(배터리ㆍ충전식)로 내놓았다.

이전에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3D 입체 영상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상파 방송에서부터 각종 동영상과 사진 촬영, 게임 등을 포함해 각종 콘텐츠의 3D 제작이 가능하다. 일부 업체에선 벌써 3D 전용 카메라를 내놓기도 했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이 창출될 가능성도 매우 놓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D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국 콘텐츠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3D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