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후 주자도 없자 일부 관중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범경기 최강자 롯데는 코너에 몰리고도 패배를 거부했다. 대타 박종윤이 볼카운트 2-0에서 두산 마무리 성영훈의 4구째 직구를 두들겨 중월 1점 홈런을 작렬한 것.
기립한 관중이 다시 자리를 잡기도 전, 이번에는 김민성이 성영훈의 슬라이더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역시 볼카운트 2-0으로 몰린 불리한 상황이었다. 연속타자 홈런이자 끝내기 1점 홈런. 1만3,000여 관중은 "김민성"을 연호했다.
이미 시범경기 1위를 확정한 롯데는 최종전인 21일 부산 두산전서 7-6의 짜릿한 승리로 2년 연속 시범경기 1위(10승2패)를 자축했다. 지난해 롯데의 시범경기 성적은 11승1패. 2년 연속 1위는 1984, 85년 삼미, 1989, 90년 태평양 이후 역대 3번째다. 롯데가 시범경기에서 1위에 오르기는 벌써 10번째. 양대리그로 펼쳐져 1위에 큰 의미가 없던 99년과 2000년을 제외해도 8번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양대리그가 펼쳐진 해를 제외하고 시범경기 1위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전체 17시즌 중 불과 4차례로, 확률로 따지면 23.5%다. 시범경기 1위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도 58.8%(17시즌 중 10번). 통계상 시범경기 1위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롯데는 97년 시범경기 1위에 올랐지만, '본선'에서는 꼴찌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올해 롯데가 보여준 투타의 짜임새는 1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대를 한껏 부풀릴 만하다.
새로 뽑은 선발 요원 라이언 사도스키는 21일에도 3과3분의2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3경기 성적은 2승 평균자책점 1.54. 손민한과 조정훈이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구세주나 다름없다. 여기에 간판타자 이대호와 부상에서 돌아온 강민호는 각각 홈런 4개(공동 1위)를 뿜었고, 박기혁, 손아섭 등 하위 타선의 불방망이도 든든하기만 하다.
잠실에서는 KIA가 LG를 7-2로 제압했다. 아킬리노 로페즈가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김상현이 4호째 1점 홈런을 때려냈다. 한화는 인천에서 4-3으로 SK를 꺾었고, 대구에서는 삼성이 넥센을 6-4로 이겼다.
이날 4개 구장에는 3만1,500명이 몰려 시범경기 전체 관중 17만70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6만7,500명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 또 '12초룰' 도입 때문인지 평균 경기 시간도 2시간47분에서 2시간41분으로 빨라졌다.
노우래 기자 sporter@hk.co.kr
인천=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양준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