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의 직영사찰화 결정으로 종단 집행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남구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21일 "봉은사 직영화에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직영사찰이란 조계종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를 맡아 재정을 직접 관리하는 사찰로, 조계종은 봉은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중앙종회에서 봉은사 직영사찰화 문제를 표결에 붙여 통과시켰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봉은사는 등록 신도 20만여명, 연간 재정은 136억원(2010년 기준)으로 국내 단일 사찰 중 최대 규모이다.
명진 스님은 이날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 법문을 통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취임한 후인 지난해 11월 13일 프라자호텔에서 안상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가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고 얘기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자리에 안 대표와 함께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있었으며, 배석했던 김영국 전 총무원장 특보(현 총무원 대외협력위원)가 자신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자신이 지난해 8월 30일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1억원을 전달한 것도 안 대표가 지적한 것으로 들었다며 "자승 스님은 당시 '신도들이 개인적으로 모아준 돈을 용산 현장에 전달한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를 직영화하려면 봉은사의 사부대중과 소통해야 하는데 총무원장은 안 대표와 소통한 셈"이라며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밀통이고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 대표는 원내대표 직을 내놓고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 아무 데나 좌파 딱지를 붙이는 안상수 대표는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만약 내 말이 거짓이라고 판명되면 내 발로 봉은사에서 나가고 승적부에서 이름을 지울 것"이라며 법회에 참석한 1,500여명의 신도들에게 "절대 집단 행동을 하지 말라. 봉은사가 1980년대 같은 싸움터로 변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에 대해 "황당하다"며 "봉은사 주지 스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압력을 넣느냐"고 부인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예산 문제와 법안 때문에 고흥길 문방위원장과 만나자고 해서 조찬을 함께하고 불교계의 건의 사항을 들은 후 헤어졌다"며 "봉은사 이야기가 나올 이유와 계제가 없었다.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대변인 원담 스님 명의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종단 내부의 법적 근거와 절차에 의해 이뤄진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봉은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문제이지 주지 스님 개인의 거취에 관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중앙종회 의원 49명이 찬성하고 21명이 반대한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의된 사안에 대해 정권 압력 운운하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며 종단의 자주성을 해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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