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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찾은 日평화운동가 테라시타 다케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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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찾은 日평화운동가 테라시타 다케시씨

입력
2010.03.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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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할머니 어디에 계신가요?"

20일 낮 12시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이곳에 어설픈 한국말이 울려 퍼졌다. 몰아치는 황사 바람을 뚫고 김 할머니를 만나러 온 이는 일본인 테라시타 다케시(57)씨. 200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평화포럼 때 김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그는 할머니를 다시 보기 위해 10년 만에 나눔의 집을 찾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할머니의 따뜻한 환영 대신 2004년 6월 이미 고인이 됐다는 비보였다.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즐겁게 여기까지 왔는데······." 테라시타씨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195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테라시타씨는 20세 무렵부터 관련 서적을 접하며 한일 문제에 눈을 떴고, 일본생활협동조합에서 30년간 평화운동을 하면서 한반도의 역사적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이번 방문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한국까지 2,000㎞가 넘는 여정을 도보로 순례하며 안 의사의 평화 의지를 몸으로 실천하는 길이었다. 지난해 12월 25일 일본에서 순례를 시작해 지난달 22일 부산에 도착, 이달 26일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안 의사 서거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 할머니를 만나지 못해 내내 아쉬운 표정이었던 테라시타씨는 이날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의 안내로 김 할머니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테라시타씨는 "김 할머니를 통해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알게 돼 평소 각별하게 생각했던 분"이라면서 "2000년 두 차례 만났고, 지난해 한국에 왔을 때도 영상으로 뵈어 당연히 살아계신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나눔의집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김군자, 강일출 할머니를 만나 대화를 나눈 테라시타씨는 "할머니들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능한 남김 없이 할머니들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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