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진 지음/현암사 발행ㆍ349쪽ㆍ1만6,500원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를 입에 대다가 불현듯 유년기를 회상하는 도입부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는 등장인물의 의식을 좇는 독창적 서술 기법, 빈틈없는 구성, 섬세한 언어로 '20세기 유럽소설의 결정체'로 불리는 걸작이다. 프루스트는 이 작품 안에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 100여 명의 작품 200여 점을 언급하며 드넓은 예술적 교양을 드러낸다. 잃어버린>
<프루스트의 화가들> 은 미국에서 불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 가장 비중있게 언급된 화가 15명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 책이다.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 화가인 지오토와 보티첼리,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와 렘브란트, 프루스트와 동시대에 활약한 모네 등 서양 미술사 전반의 대표적 작가들이 망라됐다. 70여 점의 도판을 수록, 서양 회화 걸작을 일별할 수 있게끔 하는 이 책은 7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탓에 유명세에 비해 독자가 적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 관한 부담없는 해설서 역할도 한다. 잃어버린> 잃어버린> 프루스트의>
저자는 이들 화가들의 그림이 소설에서 언급되는 맥락을 살피며 프루스트의 예술관을 분석한다. 예컨대 마르셀이 피아노 소나타를 듣고 색채로 감상을 표현하는 장면은 장르의 경계에 초연한 프루스트의 시각을 보여주는데, 이는 자기 그림에 곡명(曲名)을 붙였던 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를 염두에 둔 것이다. 자기보다 한 세대 앞선 이 화가에 대한 프루스트의 애정은 마르셀의 화가 친구 엘스티르(Elstir)의 이름을 휘슬러(Whistler)에서 첫 두 글자를 빼고 재조합해 만든 점에서도 확인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마르셀이 기차 여행 중 역사(驛舍) 앞에서 우유를 파는 시골 여인을 묘사한 부분은, 비록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에 대한 묘사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거대한 몸집 위에 있는 얼굴은 분홍색 홍조를 띤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알록달록한 유리를 통해 보는 것만 같았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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