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형법개정위원회가 간통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간통제 폐지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문제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4차례나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을 한 경험도 있다. 최초 재판인 1990년의 심판 때와 비교하여 2008년의 심판에서는 위헌의견이 2인 더 늘었다. 물론 18년 사이에 사회가 변화하여 위헌 여지가 더 강해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재판관이 바뀐다고 재판의 결론에서 변화가 심하면 그 재판은 권위를 가질 수 없다.
의견 수렴ㆍ사회적 논의 거쳐
재판이 재판하는 사람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재판관 개인의 의견에 따라 재판이 달라지는 것으로 된다. 이렇게 되면 이는 재판이 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구성에서 색깔에 따라 재판관을 '집어 넣으려는' 태도는 사법의 권위와 역할과 설득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
혼인한 남녀가 배우자 아닌 사람과 성행위를 하는 간통이 과연 문제인가? 이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종교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간통을 처벌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인간적인지, 문화적으로 우월한 것인지도 단정할 수 없다. 가치판단의 문제여서 일률적인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처벌하지 않아도 특정 나라에서는 중하게 처벌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것이 위헌인가를 판단하는 문제는 실로 어렵다.
간통을 순전히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로만 보면, 민사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부가 개인적으로 알아서 처리하면 될 철저히 사적인 문제로 된다. 그러나 사회질서와 가정을 보호하는 데 간통행위를 범죄로 다룰 필요가 있으면 처벌을 더 강화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간통죄의 문제는 간통행위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민사 책임만 물으면 족한데 이에 더해 범죄로 처벌하는 것이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이었다. 헌법재판에서는 이를 '기본권의 과잉제한 금지'의 문제로 다룬다.
그런데 재판관 개인의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너무 심한 것', 즉 과잉하다는 것을 객관적인 증거를 갖다 대어 증명하려면 실로 쉽지 않다. 결국 각 의견을 보면, 대부분 주장하는 사람의 개인적 가치판단과 선호가 개입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헌법재판을 통하여 결정하고자 하는 것은 최선의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간통죄가 위헌인지를 따지지 말고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사형문제도 마찬가지다. 법원리적 개념으로 말하자면, 이 문제를 입헌주의의 문제로 다루지 말고 민주주의의 문제로 다루자는 태도다. 간통죄나 사형제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구성원이 논의한 결과 폐지하는 것으로 합의가 도달하면 폐지하면 된다. 위헌임을 증명할 객관적인 증거를 들이대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하나의 결론을 찾아내는 일은 보다 수월할 수 있고, 구성원이 이를 받아들이기도 수월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간통죄를 존폐문제로 다루어 형법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재판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있고 적절하다.
국회에서 존폐 최종 결정을
정부가 간통죄를 폐지하는 형법개정안을 제안하면 이는 간통죄의 문제를 민주주의적으로 다루는 것이 되기에 정부의 결정이 바로 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지금부터 우리 사회가 간통죄를 사회적 어젠다로 만들고, 보다 진지하게 문제의 소재를 찾고 핵심 쟁점을 부각시켜 민주주의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국회가 이를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간통행위에 과연 민사 책임이 인정되는가 하는 점도 논의할 수 있다. 이는 선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