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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영상상영관 아이공 '댄스필름의 창시자 마야 데렌과 오마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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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영상상영관 아이공 '댄스필름의 창시자 마야 데렌과 오마주 전'

입력
2010.03.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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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 영화의 색다른 만남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 넘다

무용은 언어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고, 영화는 시공간의 한계를 넘은 이미지를 스크린에 입사한다. 우크라이나 출신 전방위 예술가 마야 데렌(1917~1961)이 1943년 처음 만든 '댄스필름'은 자존심 센 두 예술 장르가 만나 생산한 새로운 예술 양식이다. 무용을 단순히 필름에 각인한 것이 아니다. 영화를 위해 언어화된 춤을 안무하고, 각종 장치와 연출진이 가세해 만든 새로운 공연, 혹은 영화다.

댄스필름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70여 개의 단독 페스티벌이 열릴 정도로 활발하게 창작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관련 작가를 손에 꼽을 정도다. 아직 생소한 이 장르를 체계적으로 국내에 소개하는 첫 자리가 마련된다. 급진적인 독립ㆍ실험영화를 상영하는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은 '댄스필름의 창시자 마야 데렌과 오마주 전'을 23일~4월 24일 서울 서교동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개최한다.

아이공 디렉터 김연호씨는 "댄스필름은 독립영화사에서 중요한 장르지만 관객을 모으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선뜻 상영하지 못했다"면서 "극장 개관 4주년을 맞아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영화 언어를 소개하고자 한다"고 의도를 밝혔다. 그는 "대개의 댄스필름은 입말 언어가 없기 때문에 청아나 농아도 주체가 되어 즐길 수 있는 화합적인 장르다. 영국에서는 공중파에서 방영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회고전의 주인공 마야 데렌은 첫 작품 '오후의 올가미'로 1947년 칸 영화제 독립영화 대상을 받는 등 여성사 및 영화사에 남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인류학자이자 제의적인 흑인 춤에 심취한 안무가 캐서린 던햄의 비서로 일하고, 퀴어 영화의 선구자 케네스 앵거와 초현실주의 이론가였던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 등과 교류하면서 댄스필름의 영감을 받았다. 영화에서 그는 감독이자 안무가, 배우로서 흑인, 여성 등 소수자를 대변했다. 그의 파격적인 페미니즘 성향의 영상은 본격적인 페미니즘 운동보다 20여 년 앞선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독립영화상을 시상하고 있다.

"안무가와 감독 모두에게 자극을 줄 것"이라는 김연호씨의 말처럼, 댄스필름은 두 예술의 한계를 일부 해소하는 장르다. 영상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는 무용 무대에 새로운 시도를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무용평론가 이종호씨는 "외국에는 무용을 직접 영상으로 촬영하는 안무가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고작해야 영상작가와 협업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면서 "표현영역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영 시간표는 아이공 홈페이지(www.igong.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337-2870

■볼 만한 상영작

이번 행사는 마야 데렌의 작품과 세계 각지에서 발굴한 현대 댄스필름 36편을 6개 섹션으로 나누어 상영한다. 초단편부터 장편까지 길이는 물론 소재, 촬영방식 등이 다양하다.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한다.

마야 데렌을 대중에게 알린 '오후의 올가미'는 단연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여성이 억압당하는 세계를 초현실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마야 데렌이 직접 출연,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44세에 요절한 그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상영작은 그와 다큐멘터리 작가였던 두 번째 남편 알렉산더 해미드가 제작한 1943년판에 1959년 세 번째 남편 테이지 이토가 전통적 일본 기악을 덧입힌 버전이다.

캐나다 감독 로라 테일러가 2002년에 만든 '마을 3부작'은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몸으로 표현한다. 찰리 채플린이 활약하던 초기의 흑백 시네마를 연상시키는 기법과 날갯짓 같은 새의 몸짓을 흉내 낸 안무가 '보리수' 등의 음악과 조화를 이룬다. 북미 댄스필름 페스티벌 수상작.

국내 작품으로는 '나의 카메라와 춤을' '액트 오브 라이프' '오 사랑스런 처녀'가 상영된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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