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다" "국가간 정책협의를 통해 통화정책 정상화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도 정부이며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음달부터 중앙은행 총재이자 금융통화위원장으로서 통화ㆍ금리정책을 총괄하게 된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지난 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밝힌 현 경제상황에 대한 시각, 중앙은행에 대한 입장이다. "각 나라 사정이 다르므로 출구전략도 달라야 한다" "통화정책은 금융통화위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던 이성태 현 한은 총재의 발언과는 상당부분 대비된다. 앞으로 '김중수 총재'가 이끌게 될 한은의 금리ㆍ환율 정책방향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김 대사를 '매파' 성향의 이성태 총재와 비교했을 때, '비둘기파'로 분류하고 있다. 일각에선 '자기 색깔이 없다' '무색무취한 인물'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더구나 현 정부에서 경제수석까지 지낸 'MB맨'인 만큼, 앞으로의 통화ㆍ환율 정책방향은 정부 순응적으로 갈 공산이 크고, 정책주도권 역시 정부 쪽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지나치게 정부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한은 총재로서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소신인데 과연 김 내정자가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선 김 대사의 한은 총재 임명 직후 "금리인상은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왔다.김 대사가 정부 협조 및 국제공조를 강조하는 만큼, 물가 압력이 완전히 가시화되거나 전세계적으로 금리 정상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나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 정책 역시 현 정부 출범 초 '고환율'드라이브를 놓고 재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이성태 총재와는 달리, 정부 정책에 협조할 가능성이 많다는 평가다. 더구나 다음달이면 2명의 금통위원이 교체돼, 금통위 전체가 현 정부 임명인사들로 채워지는 만큼 금통위의 운신폭은 점점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 대사는 경제전문가이긴 하지만, 통화정책 관련 경험은 별로 없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내정자는 주로 자유무역 관련 국가 간 협력 분야 등에서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향배와 관련해 능력과 철학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문민정부 초기엔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을 지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준비 사무소장도 맡았다. 이후 KDI원장, 한림대 총장을 거쳐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조기 낙마했으며, 이후 OECD 대사로 임명됐다.
鄭총리와 고교·대학동문
특히 김 대사는 정운찬 총리와 경기고 동기동창이자,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 이들은 장승우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함께 '경기고가 낳은 3대 천재'로 불리기도 한다. 부인 황주혜(59)씨와 1녀가 있다.
▦서울 출생(63)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대통령 경제비서관 ▦OECD 가입준비 사무소장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 ▦KDI 원장 ▦한림대 총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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