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설득도 무용지물이었다. 남아공월드컵 TV중계 문제를 풀기 위한 지상파 방송3사 사장들의 의견진술에서 SBS는 단독 중계를 고집했고, KBS와 MBC는 책임 회피와 SBS 비난에 바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방송 3사가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사실 시청자들로서는 어느 방송이 중계하느냐, 단독 중계냐 공동 중계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방송사에 따라 해설과 프로그램 구성에 우열과 차이는 있겠지만, 보고 싶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시청권'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공동 중계를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는 '국민적 관심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90%)'도 의견이 엇갈린다. KBS MBC의 주장과 달리, SBS는 지역민방과 케이블 방송과의 계약으로 92% 이상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채널선택권 제한과 전파독점 논란도 시각이 다를 수 있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 단독 중계보다는 중복 중계로 인한 채널 선택권 박탈과 전파 낭비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일본 독일은 중요한 국제행사 중계를 방송사가 합의해 일정 비율로 나누어 가짐으로써 과도한 경쟁과 중복 중계를 막고 있다. 우리도 2006년 방송3사 합의로 '코리아 풀'을 만들었지만 시청률 경쟁과 돈(수익) 앞에서는 휴지조각이었다. SBS가 더 부담을 지면서까지 중계권을 따내 단독 중계를 고집하고, 공동 중계 조건으로 KBS와 MBC에 추가 중계권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것도 과거에 당한 설움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빚은 데는 공영방송의 역할과 자세를 저버리고 자사 이기주의에 집착한 KBS와 MBC의 잘못이 크다. 책임 전가와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남은 기간에라도 공동중계 협상에 최선을 다해'경쟁과 협력하는 방송문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시청자 권리, 공영은 방송사가 필요할 때만 찾는 방패일 수 없다. SBS도 전 국민의 관심사인 월드컵 중계를 감정적 상업적으로만 몰아가지 말고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방통위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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