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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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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과학관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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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가르치려 드는 과학관?신나게 어울리며 배우는 과학관!

1년 4개월 전 전시면적 1만9,127㎡인 세계적 규모의 과학관이 수도권에 새로 들어섰다.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취재하는 내내 무척 반가웠다. 버튼을 눌러 전시물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옆에 적힌 상세한 설명을 읽으면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때 그 국립과천과학관을 최근 다시 찾았다. 이번엔 기자가 아니라 엄마로서다. 휴일에 아이 손을 잡고 들어선 과학관은 생각보다 붐볐다. 우리 아이야 이제 3살이니 뭘 배운다기보다 그냥 이런 곳도 있단다 정도만 알려주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일단 어린이탐구체험관으로 데려갔다. 맞은 편 벽에 거꾸로 달라붙어 있는 '스파이더 맨'을 보니 예전에 취재했던 게 기억났다. 스파이더 맨 아래 커다란 모형 거미줄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아이들은 거미줄 지름이 머리카락의 100분의 1밖에 안 되고, 거미줄로 지구를 한 바퀴 감아도 무게가 200g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며 흥미를 느낄 거라는 체험형 전시물이다.

우리 아인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헌데 유치원생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도 비슷했다. 벽과 바닥에 쓰여 있는 '흥미로운' 설명을 읽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커다란 터널을 통과한다는 자체가 더 재미있는지 연신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아이는 몇몇 보였다.

펌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물이 쏟아지거나 목소리를 내면 크게 울려 퍼지는 전시물에는 아이들이 많이 몰렸다. 우리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와 함께 펌프에 붙어 있다가 줄 서서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해 비켜줬다 다시 줄 서기를 반복했다.

이번엔 기초과학관으로 옮겼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라는 관람 요건엔 맞지 않지만 기왕 왔으니 한번 보여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여기도 버튼을 누르거나 돌리면 움직이는 전시물이 인기였다. 기다리다 자기 차례가 되면 아이들은 '빛의 속도로' 버튼을 눌러댄다. 한 번 누르고 좀 기다려야 작동하는 전시물이 많지만 어린 아이 큰 아이 할 것 없이 버튼을 누르는 손놀림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4학년 더 돼 보이는 아이들 중에도 차분히 설명을 읽는 아이는 드물었다.

개관 당시 취재할 땐 과학 원리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준다고 여겼던 많은 전시물이 지금 보니 아이의 행동 패턴에 잘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관람 주체인 아이들의 눈높이로 전시물을 보지 않았던 탓일 게다. 우리 과학관의 많은 전시물은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 여기까지 와서 굳이 학교에서처럼 읽고 듣고 하고 싶지 않을 텐데 말이다. 엄마가 돼 보니 알 것 같다. 과학이랑 어울려 그냥 신나게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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