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자신의 책을 절판해 달라고 당부한 내용의 유언장이 공개됐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는 17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연 뒤 유언장을 공개하고 “스님의 유지를 존중하여 그 동안 스님의 책을 출판해 온 모든 출판사에 정중하고 간절히 절판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유언장은 각각 ‘남기는 말’과 ‘상좌들 보아라’를 제목으로 해 두 가지로 작성됐으며, 날짜는 입적 15일 전인 2월 24일로 돼 있다. 법정 스님이 구술한 내용을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유언장 끝에는 스님이 한자 흘림글씨로 ‘法頂’과 속명 ‘박재철’을 자필로 쓰고 속명이 새겨진 도장을 찍었다.
‘남기는 말’ 유언장에서 스님은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 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제자들에게 남긴 유언장인 ‘상좌들 보아라’에서 스님은 “내가 떠나더라도 마음 속에 있는 스승을 따라 청정 수행에 매진하여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드러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는 “스님의 열반을 전후해 책이 절판돼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지만, 스님의 유지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며 법정 스님의 책 절판 의사를 분명히 하고 “스님의 글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누구든, 언제든 글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길상사에서는 법정 스님의 49재 초재(初齋)가 치러졌다. 법정 스님의 사제(師弟)인 법흥 스님은 추모사에서 “생자(生者)는 필멸(必滅)하며 회자(會者)는 정리(定離)하는 것이지만, 가신 날부터 존안을 뵐 길이 없는 이 중생의 슬픔을 누가 알리이까"라며 애절한 마음을 표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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