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종위기種, 영구히 살아갈 조건 갖춰주는 게 진짜 복원
'동해안 살아 있는 명태를 찾습니다.'
지난해 말 이렇게 적힌 포스터가 동해안 어촌 곳곳에 배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자원회복 연구에 쓸 명태를 찾는다는 공고였다. 그만큼 명태는 여간 해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단 개체 수가 줄거나 멸종위기에 들어선 생물은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기가 쉽지 않다. 증식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 복원은 기술을 넘어선 환경 전체의 문제다.
생물오염 방지해 방류해야
요즘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는 간혹 어민들이 직접 잡은 명태를 들고 찾아온다. 하지만 조규태 연구사는 "안타깝게도 (공기 중에)방치됐거나 생리적 활성도가 떨어진 상태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복원 연구에는 싱싱하고 건강한 최상급 명태가 필요한데 말이다.
식량으로 기호가 높아 아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명태가 크게 줄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많게는 16만톤에 달했던 명태 어획량은 80년대 후반부터 급감하면서 2000년대 들어선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러시아나 일본에서 명태 수정란을 들여와 원래 명태가 사는 수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에서 대량으로 치어를 키워 적응시킨 다음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명태 수정란이 성체로 자라려면 1년 이상 걸린다. 지금으로선 얼마나 키워 언제 방류해야 하는지 아무런 데이터가 없다. 유전적으로 떨어지거나 병이 생긴 치어가 바다에 방류되기라도 하면 그 자체가 장기적으로 종 전체의 질을 저하시킨다. 이른바 '생물오염'이다. 육지 생물에 비해 어류 생태계는 접근하기 쉽지 않아 더 조심스럽다.
지역 농민과 행정 협조 필수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에는 황새 74마리가 산다. 14년 전 러시아와 일본에서 들여온 30여 마리가 2002년 첫 번식에 성공한 뒤 2배 이상 늘었다. 한국과 일본은 1970년대 초 야생 황새 멸종을 겪었고, 각기 복원을 시도해왔다. 황새복원연구센터의 황새 증식 속도는 일본을 능가한다. 그러나 복원의 큰 그림을 보면 사실 뒤쳐져있다.
황새는 주로 논이나 하천 근처에 산다. 산속에 사는 반달가슴곰이나 산양과 달리 인간과 서식지를 공유하는 셈이다. 시멘트로 깔끔하게 정리된 농경지나 해충을 박멸하는 농약은 황새의 먹이인 어류 양서류 파충류를 논과 하천에서 몰아냈다. 황새를 야생에 되돌려 놓으려면 일단 서식지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농민들의 협조가 절실한 이유다.
박시룡 황새복원연구센터 소장은 "일본은 벌써 야생 방사를 시작한 데다 황새 친화적 환경을 조성한 지역의 농산물은 다른 친환경 농산물보다 1.5∼2배 높은 값에 팔린다"며 "농약을 쓰지 않고 생태수로를 만드는 등 지역 농민과 행정의 인식 변화가 황새 복원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충북 예산군에 2013년까지 10만㎡ 규모의 황새복원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의 논들은 어도(漁道)로 이어지고 유기농 농사만 짓게 된다.
유전자 다양해야 장기 생존
이달 초 지리산에서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이 2마리 태어났다. 이로써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19마리.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12년까지 50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이 정도는 있어야 자연재해나 인간활동 같은 외부 위험요인이 있다 해도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50마리가 된다고 해도 복원이 완료된 건 아니다. 영구히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춰주는 게 '진짜' 복원이다. 암수 비율이 맞아야 하고, 연령층이 넓어야 하고, 유전적으로 다양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번식을 계속하고 서식지를 넓혀갈 수 있다.
유전적 다양성은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장기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 1990년대 후반 동물원에 살던 멸종위기종 산양 6마리가 월악산에 방사됐다. 2006년 15마리로 늘었으나 유전적으로는 서로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친교배로 같은 어미에게 태어난 개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듬해 정부는 강원도 양구와 화천에 살던 산양 10마리를 월악산으로 데려왔다.
양두하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연구과장은 "외부 개체와 섞여 증식하면 유전적으로 다양해지면서 혈통이 우수한 개체가 태어나지만, 근친교배로 유전적 다양성이 줄면 자연도태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생물의 다양성 훼손이나 멸종은 암과 같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진행되지만 일단 사태가 벌어지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생물 자체의 복원 뿐 아니라, 환경과 식생 등 생태계 전반을 손봐야 하는 크고 어려운 '수술'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멸종위기종 복원작업은 보여주고 있다.
■ 해외도 복원 실패 많아
멸종위기종 복원이 쉽지 않은 건 비단 국내 사정만은 아니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따르면 멸종위기종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 미국 등이다. 팬더와 호랑이 꽃사슴 고라니 사불상 파록 수달 따오기 등 동물만 10여 종의 복원이 시도됐다.
그러나 복원에 성공했다고 최종적으로 판단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곰 복원 사례는 세계적으로 총 18건. 그 중 성공은 미국의 아메리카 흑곰과 호주의 불곰 등 불과 4건뿐이다. 이탈리아와 폴란드의 불곰 등 3건은 실패로 결론 났고, 나머지는 복원이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성공인지 실패인지조차 판가름하지 못한 경우다.
양두하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연구과장은 "일단 야생에 적응했다고 해도 다음 세대가 계속 번식하며 세력을 넓혀가는지를 확인해야 비로소 복원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판단하려면 30∼40년 이상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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